투자자들이 좋은 주식으로 보면서도 외면한 회사가 있다. 일반 주주에게는 다소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어서다. 아킬레스 건은 제품의 가격결정 권한을 회사가 갖고 있지 않다는 점. 또 내수 집약적이어서 성장에 제한이 있는 것도 흠이다. 그런 종목이 최근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동안 갖고 있던 문제를 털어버릴 조짐을 보여서다.한국전력(46,450원 ▼300 -0.64%)주식 이야기다.
한국전력이 20일 주가가 3%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3위를 탈환했다. 이날 오전 현재 이 회사는 전날 종가보다 1300원(3.25%) 오른 4만1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사흘 동안 무려 14% 치솟았다. 지난 18일부터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상위 3위에 등극했다. 한국전력의 시가총액은 26조원이고,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23조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표 소외종목으로 거론되던 이 회사가 대형주 강세 바람의 중심에 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치투자자 사이에 회사 주식에 대한 논란이 불붙었다. 가치투자자들은 한국전력 주가순자산배율(PBR)이 0.5~0.6배로 다른 대형주(1배)에 비해 낮다는 점에서 장기 보유해왔다. 그런데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오히려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기대보다 잃을 게 별로 없는 가격이라고 판단한 가치투자자들이 한전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가치투자자들은 대체로 한전을 둘러싼 변화의 바람을 좋게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기준 세계 15위 국가의 전력을 책임지는, 그것도 원자력비중이 높아 원가가 낮은 회사의 주가치곤 너무 쌌다는 것이다. 가격 결정력이 정부에 있고 내수 전력판매에 의존하는 점이 이런 저평가의 배경이다. 그런데 올 들어 이를 해소할 요소들이 부각되면서 재평가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2011년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실적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아랍에미리츠(UAE) 원전 수주로 수출주로의변신 가능성을 확인했다. 여기에다 IFRS 도입을 위한 자산 재평가를 진행하면서 부채비율 개선과 순자산 가액 증가가 기대된다. A투자자문사 사장은 "자산재평가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많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 상승을 통해 ROE를 다시 올릴 여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주가가 급등하자 코스피지수 연동형 펀드를 갖고 있는 기관들이 다시 이 주식을 사들이고 이로 인해 또 다시 주가가 오르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주가 상승 자체가 또하나의 촉매가 되는 것이다. 이날도 미래에셋창구로 43만주가 순매수되는 등 미래에셋이 최근 본격적으로 한전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날에도 한전은 미래에셋증권 창구를 통해 32만9000주가 순매수되는 등 최근 매리에셋창구에서 8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되고 있다.
최근 주가 급등은 합리성이 결여된 일시적 과열로 오래 가기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한 자산운용사 부사장은 " 주가가 아직 비싼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추격매수에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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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펀드매니저는 "과잉 유동성으로 인플레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금리상승을 뒷받침하는 전기요금을 정부가 인상하기 힘들다"면서 "원전 수출 등으로 향후 설비투자 늘릴 경우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주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자산재평가는 기업가치 제고 즉 현금흐름 창출이 없고 세금만 납부하는 꼴"이라면서 "냉정히 보면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이 있어 이를 근거로 한전을 산다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폄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