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판매사 이동제 '진풍경'… 증권사 마케팅 '과열'
#한 고객이 A은행 창구에서 B증권사로 펀드를 갈아타겠다고 방문했다. 펀드에 가입한지 겨우 3일만이었다. 은행 직원이 이유를 묻자 그는 "제가 B증권사 직원인데 할당된 실적 때문에 일부러 가입했다. 사정을 다 알지 않냐"고 되레 하소연했다.
# C은행 창구에도 증권사 직원이 방문했다. 그는 증권사로 펀드를 갈아타려는 고객과 함께 왔다. 펀드 이동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이를 안내해 주기 위해 동행한 것. 은행 직원과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 지 3주째다. 증권사는 '과당경쟁'을 지적 받을 정도로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동 실적은 미미하다. 고객은 무덤덤하고, 경쟁 업체인 은행은 여유로운 분위기다.

◇고객은 심드렁=11일 증권업계와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펀드 판매사 이동 건수는 모두 3392건에 불과하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이후 영업일수로 13일이 지났지만 하루 평균 261건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판매사를 갈아탄다고 해서 당장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탓에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당초엔 판매사간 경쟁을 유도해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수수료를 인하한 판매사는 많지 않다. 그나마 선취판매 수수료 인하가 대부분이라 거치식 펀드 가입자에겐 직접적인 혜택이 없다.
이동이 가능한 펀드가 제한적이란 점도 한계로 꼽힌다. 주식형 펀드가 주 대상이고 해외 펀드형이나 세금우대형 등 직장인이 많이 가입한 펀드는 이동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증권사 '과열', 은행 '여유'=하지만 최근 신규 펀드 가입 실적이 신통찮다보니 판매사들의 경쟁은 뜨겁다. 특히 은행에서 증권사로 펀드를 갈아타는 경우가 많은 탓에 증권사 마케팅이 활발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른 판매사의 고객을 유치한다고 해서 당장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추가로 신규 펀드 가입을 권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가 경품을 나눠주거나 직원들에게 목표량을 할당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은 목표를 세우거나 유치 실적을 근무평정에 반영하는 판매사에 대해 규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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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경쟁 판매사인 은행권은 여유있는 모습이다. A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 고객 문의가 있긴 하지만 증권사로 이동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면서 "이동을 해도 수수료나 판매 보수가 낮아지는 게 아니니 고객들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도 "증권사가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기예금이나 적금, 방카쉬랑스 상품까지 판매할 수 있는 은행이 포트폴리오 상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