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권시장에 때 아닌 봄바람이 불고 있다.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사실상 꺾었기 때문이다.
한껏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했던 채권금리는 단숨에 연 저점까지 내려왔다. 금리가 떨어지면 유통시장의 채권가격은 오르기 때문에 채권시장이 좋아할 만하지만 반응이 영 떨떠름하다.
시장이 원하는 건 예측 가능성인데 최근 금통위를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한은이 정부에 백기를 들었다'는 인식이 개운치 않은 뒷맛의 중심에 있다.
통화정책이 경제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옮겨갈수록 변수가 많아져 시장의 혼란은 더해지기 때문이다.
시장과 비교적 무난히 호흡하던 이성태 총재의 발걸음은 지난해부터는 눈에 띄게 갈지(之)걸음을 걸어왔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금통위부터 금리 인상을 위한 군불을 지폈고 9월에는 시기가 임박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다 10월 돌연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12월엔 다시 금리 인상의 여지를 뒀다.
시장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금리 예측 시나리오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급기야 기획재정부가 차관을 금통위에 참석시키는 '열석발원권'을 지난달부터 매달 행사하면서 금리 인상은 당분간 물 건너갔다.
당초부터 혼란이 없었더라면 채권금리가 오를 일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내려간다고 좋아할 이유도 없다. '조삼모사'다.
더구나 한은과 정부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통에 금리 변동성만 증폭시켰던 점을 감안하면 채권투자자의 기회손실만 키운 셈이 될 수 있다. 또 금통위 때마다 정치적 역학관계를 계산하느라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저금리라는 달콤한 맛에 빠져 경제의 당뇨병을 재발시켰던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눈앞의 성장만을 챙기기 쉬운 정부로부터 중앙은행이 거리를 둬야 한다는게 '상식'이다.
물론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보조를 맞춰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는걸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적어도 과정은 매끄러워야 한다.
금리가 내려가면 좋아해야 할 '채권쟁이'들조차 "한은이 소신대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게 만드는게 대한민국 중앙은행의 현주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