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퇴직연금 밥그릇 싸움 '네버엔딩'

[기자수첩]퇴직연금 밥그릇 싸움 '네버엔딩'

박성희 기자
2010.03.04 16:38

"합의요? 싸움만 하다 끝났죠"

지난 주 금요일 오후 금융위원회 회의실에선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실무자들이 모였다. 급성장할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 보험, 증권업계가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 얼굴을 맞댔지만 이날도 첨예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회의는 끝났다.

이날 가장 '열받은' 곳은 은행과 보험업계였다. 보험측은 "은행이 대출 등을 미끼로 기업에 퇴직연금 가입을 권유하는 '꺾기'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은 "'은행=안전'이라는 인식 아래 고객들이 가입하는 것"이라며 "근거 없이 꺾기를 논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보험과 은행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시장 점유율을 보면 답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의 비중은 48.5%, 보험은 39.7%다.

점유율이 11.8%에 불과한 증권업계는 이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켰지만 은행이 자사 정기예금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데 대해 입이 튀어나와 있다.

은행의 고금리 정책에 뒤질세라 더 높은 금리를 내세우던 증권사들은 벌써부터 커져가는 손실에 울상이다. 지금이야 퇴직연금 시장이 14조원에 불과하다지만 140조원으로 시장이 커진다면 손실 규모도 수조원대로 불어나게 된다.

혹여나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기지 않을까 염려하는 은행과 보험, 증권사 틈에 역시나 피해를 보는 건 대다수의 '근로자'다.

보험업계 주장대로 은행의 횡포에 회사 측이 근로자의 이익과 상관없이 금융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리고 길게 봐야할 퇴직연금 운용계획이 단기 고금리 경쟁으로 흐트러진다면 근로자들의 노후도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의 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금융위원회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달 또 회의를 열긴 열 예정입니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못 잡았습니다"

퇴직연금을 두고 벌어지는 '밥그릇 싸움'속에 근로자의 노후가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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