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풍년' 은행, '역마진' 불사 채권투자 확대

'예금 풍년' 은행, '역마진' 불사 채권투자 확대

전병윤 기자
2010.03.08 15:16

예대율 규제로 수신경쟁… 저금리로 이익폭 급감

은행들이 예금을 끌어 모은 후 마진을 확보하기 수단으로 대출보다 채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채권 투자 수익률이 예금 금리보다 떨어질 조짐이어서 역마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은행의 채권 순매수 규모(5일 기준)는 24조3241억원으로 전체 70조4587억원의 34.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20조4544억원), 외국인(13조8936억원) 보험(7조5625억원) 등 다른 기관 투자자에 비해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은행의 채권 매수 원천은 넘쳐나는 예금이다. 올 들어 은행예금(2월25일 기준)은 37조7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은행 대출은 1조6000억원 줄었고 대신 채권 순매수는 22조3000억원에 달했다.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 예금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대출보다 채권 투자를 통해 마진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예대율을 100%로 낮출 것을 주문하면서 은행권의 자금 운용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년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현재 은행의 평잔 기준 예대율은 118.4%에 달해 예금 확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채권 투자를 통한 은행의 이익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은행이 매수한 채권의 잔존만기를 보면 2년물(3685억원), 3개월(3121억원), 1년6개월물(2233억원) 순이었고 채권종류별로 통안채(10조7180억원), 국고채(4조8940억원)를 주로 매수했다.

반면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COFIX)는 1월말 잔액기준 4.11%이고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3.88%다.

이를 단순화시키면, 은행이 주로 매수했던 통안채 2년물과 국고채 3년물의 1월 평균 금리가 4.23%, 4.28%였기 때문에 이기간 은행의 이익 폭은 0.12~0.40%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서향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지난달에도 특판 예금을 내놓으면서 수신금리는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채권금리는 더 떨어져 일부 역마진도 발생했을 것"이라며 "은행의 경우 채권 투자를 하는데 있어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분석했다.

일단 은행들은 예대율 규제 뿐 아니라 그간 주요 대출처였던 부동산 대출이 막혀 있기 때문에 채권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팀장은 "만기가 긴 채권을 사면 그 만큼 금리 상승(가격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이 커지는 위험이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선 한국은행이 물가가 급하게 오르지 않으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장기채를 확대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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