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현장]티엘씨레저 '한 회사, 두 주총'

[주총현장]티엘씨레저 '한 회사, 두 주총'

김지산 기자
2010.03.15 15:54

(상보)CTL네트웍스 의결권 제한 적법성 논란 일 듯

15일 오전 9시 서울 논현동 극동아이앤디빌딩 8층.

카지노 업체인티엘씨레저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8층 건물이지만 엘리베이터 운행은 7층까지로 제한됐다. 주주들은 7층에서 비상계단을 통해 8층으로 걸어 올라가야 했다.

한 층을 올라가는데 20분이 넘게 소요됐다. 회사측이 검은 양복의 건장한 남성들로 계단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티엘씨레저의 최대주주로서 표결을 통해 경영진을 교체하려던 CTL네트웍스 관계자들은 계단에서부터 진을 뺐다. 육두문자가 오가는 위협적인 분위기가 주총장을 감쌌다.

계단 중간에선 주주 신원과 의결권 위임장 등에 대한 확인이 이뤄졌다. 휴대폰을 들고 갈 수 없다는 티엘씨레저의 '규칙'에 의해 다수의 사람들이 휴대폰을 놓고 들어갔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총장 안에 들어서자 건장한 남성 30~40여명이 앉아있었다. 몇몇은 휴대폰으로 바둑을 두거나 통화를 했다. 이들은 주총 중간 중간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는 주주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거나 욕설을 퍼부었다. 휴대폰을 사용 중인 것으로 보아 주주는 아닌 것으로 여겨졌지만 주주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모양새는 같은 주주인 것처럼 보였다.

오전 9시로 예정돼 있던 주주총회는 11시가 거의 다 돼서야 시작됐다. 참석 주주들과 주식 수를 집계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티엘씨레저는 CTL네트웍스의 최근 지분변동 보고서에서 보유 목적에 '경영참여'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시켰다. 주주들로부터 위임받은 의결권도 '불법'으로 간주돼 권리행사가 차단됐다.

CTL네트웍스측은 자신들이 보유한 6.3% 지분에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받은 주식 등 총 1370만주(33.2%)의 대부분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CTL네트웍스측 관계자들은 "이의 있습니다"라며 의장에게 발언권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선임의 건 등 표결을 거쳐 일사천리로 주총이 진행됐다.

주총과정에서 회사측이 집계한 출석 주식수도 들쭉날쭉이었다.

티엘씨레저 측은 정관변경의 건에서 출석주식 1806만주(43.7%) 중 CTL네트웍스측 반대표가 515만주(12.4%)라고 하더니 티엘씨레저측 이사선임의 건에선 출석주식이 1682만주(40.7%)이며 반대표는 391만주(9.4%)라고 발표했다.

주식 수가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주주들의 해명 요구에도 아랑곳없이 의장(대표이사)의 진행은 계속 됐다.

원활한 주총을 위해 CTL네트웍스에 자제를 요청했던 주주들조차 주주의 의사진행발언을 무시한 의장을 향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엘씨레저는 주주들의 항의 속에서 이사보수 한도의 건을 승인 하고 주총 폐회를 선언했다.

CTL네트웍스와 일부 주주들은 티엘씨레저가 퇴장한 뒤 주총의 전 과정을 수긍할 수 없다며 별도의 주주총회를 열었다. 한 소액주주가 의장이 됐다. 표결을 거쳐 CTL네트웍스측 이사후보를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 CTL네트웍스는 이렇게 선임한 이사를 등재시키겠다고 밝혔다.

티엘씨레저의 간부 중 한 사람이 업무공간이니 빨리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이어 "야 뭐해, 빨리 끌어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회사 두 주총'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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