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자투리펀드' 공시 수백개가 나타났다가 곧바로 실종(?) 됐다.
과정은 이렇다. 자산운용사들이 설정액 50억원 미만인 소액 펀드 공시를 지난 14일 시작했다.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이날 나오자 부랴부랴 제도에 맞춰 시행한 것.
그런데 말 그대로 '우왕좌왕'이었다. 대상 펀드, 공시 시점 등이 복잡하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일부 운용사는 금융위에 질의서를 넣었지만 다른 운용사는 일단 공시부터 했다. 당연히 펀드를 살릴 것인지, 청산할 것인지 '알맹이'가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라인이 당일 날 나오면 어떻게 준비를 하나요. 보통은 1~2주 전에는 나오는데, 이번엔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사실 왜 공시를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불만이 터졌지만 금융위원회나 금융투자협회는 "이해 부족"이라고 일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개월 전부터 준비한 건데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운용사 내 담당 임원과 실무자간 소통이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투협 관계자도 "공시 부담을 느낀 소수 운용사의 얘기일 뿐"이라고 단정지었다. "수개월 전부터 논의를 한 것인데 소수의 이야기를 업계 전체 분위기로 몰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되레 반문했다.
삭제 소동이 벌어진 바로 다음날 금융위와 금투협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2차례 설명회를 열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 했더라면 시행착오도 없었을 일이었다.
운용사들은 더구나 자투리펀드 공시 제도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갖고 있어 당국과 시각차가 상당하다.
기사가 나간뒤 만나본 운용업계 관계자들의 분위기는 결코 '일부 운용사'의 불만 차원이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판매사들의 펀드 청산을 합의 하지 않으면 운용사만 공시로 괴롭힘을 당하는 꼴"이라면서 "자율적이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규제력이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금융위원회나 금융투자협회는 시장 참여자들의 입장에서 제도를 만들고 시장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보다는 '일부' '소수' 관계자들의 '이해부족'때문에 일어난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서는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