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만 5세 공통과정' 도입 방안은 미래기획위원회가 2009년 발표한 '초등학교 만5세 조기 취학 방안'의 현실적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길 경우 교원수급, 교육과정 개편, 학교시설 재배치, 재정확충 등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지만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활용해 '만 5세 공통과정'을 운영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5세 공통과정' 왜 나왔나=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는 2009년 11월 저출산 대책으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은 의무교육이 1년 앞당겨지면 젊은 부부의 육아부담이 줄어들어 아이를 좀 더 많이 나을 것이란 발상에서 나왔다. 아이가 사회에 1년 일찍 진출하면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고 봤다.
그러나 만 5세 조기취학은 말처럼 그리 간단치가 않다.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교원 수급계획이 전면 바뀌어야 한다. 학교시설 확충, 재정 확보, 법률개정 등 뒤따르는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교과부는 이런 조정 비용만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너무 어려 학교생활 부적응 아이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미래위의 방안을 검토해 보니 저출산이나 사교육비에 대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며 "초등학교에 일찍 편입시키기보다 유아교육 단계에 그대로 두면서 실질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의무교육 10년'…효과는?= 우리나라 유아교육 대상자는 2010년 4월 기준 138만여명에 이른다. 3세아가 49만명, 4세아가 45만명, 5세아가 44만명이다.
하지만 만 5세아 가운데 4만여명(9.1%)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지 않다. 저소득층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고소득층은 영어·특기교육을 시키느라 보편적 유아교육 시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그러나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영유아 교육을 제 때, 제대로 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0~8세 사이에 개인 지능의 80%가 결정되고 교육효과도 이 시기 가장 크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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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의무·무상교육 강화를 통해 취학직전 1년의 교육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유아교육비 지원대상을 만5세에서 2세로 확대하는 추세다.
교과부는 "영·유아기의 발달 정도가 개인의 전 생애 학습과 생활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며 "유아단계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용·학비지원 어떻게= 우리나라 영유아 교육은 교과부 관할의 유치원(만 3~5세)과 복지부 관할의 어린이집(만 0~5세)으로 이원화돼 있다.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육이란 표현을 쓴다.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겹치는 연령대인 만 3~5세 교육·보육과정을 통합해 연령별 교육과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만 5세 교육과정의 경우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공통과정을 만들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동시에 적용할 방침이다.
'만 5세 공통과정'은 △자기관리 △창의성 △대인관계 △문제해결 △의사소통 △시민의식 △문화이해 등 7개 기본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등학교처럼 각 영역별 편성시수, 교육시수가 구체적으로 설정될 수도 있다.
공통과정을 담당할 교사는 유치원 교사 및 보육교사 1·2급 자격 소지자로 제한된다. 다만 정부는 보육교사 1·2급이 없는 일부 지역 보육시설의 경우 일정기간 규정을 유예해 줄 방침이다.
지원대상은 현행 소득하위 70% 이하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된다. 지원금액도 올해 17만7000원에서 매년 2~3만원씩 늘려 2016년에는 30만원까지 늘어난다.
◇의무·무상교육 활짝(?)= 그러나 이번 방안을 100% 의무교육, 100% 무상교육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초등 취학 연령이 1년 당겨지면 헌법이 정한 국민의 의무에 따라 학부모는 좋든 싫든 무조건 자녀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 대신 교육비는 100% 무상이다.
그러나 유아교육 단계에서 '공통과정'을 운영하면 의무교육이 아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기 싫으면 안 보내도 되고, 일명 영어유치원(영어학원)에 자녀를 보내도 된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방안에 대해 '사실상 의무교육이 10년으로 확대되는 효과'라는 다소 길고 애매한 표현을 쓰고 있다.
유아학비도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 지원하긴 하지만 지원금액이 표준교육비(유치원 36만원, 어린이집 31만원)의 60% 안팎 수준이어서 무상교육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내년에 가구 소득에 관계없이 전면 유아학비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2586억원) 대비 교부금이 8802억원이 더 필요하다. 월 30만원씩 지급되는 2016년에는 올해보다 1조1405억원의 교부금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의무·무상교육이란 표현을 쓸 수는 없지만 부작용과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학부모들의 체감 효과는 상당히 키웠다는 측면에서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