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는 '변동성' 한 단어로 요약된다. 올해 들어 코스피 사이드카가 32번, 서킷브레이커가 6번 발동됐다. 이 중 사이드카 14번과 서킷브레이커 4번은 지난 5월 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이후 약 한 달 사이 발생했다. 2000년 제도 도입 이후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총 12번인데 이 중 절반이 올해 터졌다.
변동성은 불확실성을, 불확실성은 불안을 낳는다. 불안한 시장을 투자자는 견디지 못한다. 하루 오르면 하루 내리는 상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전쟁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일 때도 코스피는 다시 오를 거라 믿었던 투자자들이 하나둘 지쳐간다. 오를 땐 펀더멘털 덕을, 떨어질 때는 시장 신뢰 탓을 한다. 언제는 주가가 실적이랑 같이 움직인 적 있냐고 말하면서. 증권업계조차 변동성 장의 끝을 섣불리 예단하지 못한다.
입 모아 지목하는 주범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시가총액 1, 2위이자 코스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두 기업이 가파른 성장세에 들어가면서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이에 따라 차익실현 매물도 빠르게 등장하면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여기에 레버리지까지 얹었으니 쏠림 현상이 한층 더 심해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 후 발동된 서킷브레이커에 대해 전쟁도, 반도체 수요 불안도 아닌 '그냥'이라는 이유를 붙인다.
지난해 이맘때 3000이었던 코스피는 9000까지 갔다 왔다. 이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한 자본시장 신뢰 제고 방안 덕분이다.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조선·방산·원자력이 있었고, 지주·금융사 주가도 크게 개선됐다. 좋은 정책들이 많았고, 그 믿음으로 코스피는 유례없는 성장을 이뤄냈다.
그렇기에 당국이 더욱 믿을 수 있는 후속조치를 내놓기를 바란다.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부작용을 자인했지만, 이러한 발언은 오히려 시장의 혼란과 불안만 키울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뿐인 후회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부작용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없이 4개월여 만에 정책을 내놓는 일을 지양하는 태도와 함께 말이다. 시장의 적은 불황이 아닌 불확실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