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헛다리' 가격인상, 정부 불호령에 원위치

LPG '헛다리' 가격인상, 정부 불호령에 원위치

반준환 기자
2011.05.02 06:05

李대통령 최근 '친시장' 발언에 오판… E1, '㎏당 69원 인상안' 4시간만에 취소

액화석유가스(LPG)업계가 당국의 기류를 오판해 가스판매가격을 올리려다 4시간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업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친시장' 발언 후 정부의 시장개입이 자제될 수 있다고 본 게 다소 성급했던 셈이다.

LPG 판매업체 E1은 주말인 4월30일 오후 5시쯤 5월부터 프로판과 자동차용 부탄가스의 충전소 공급가격을 올린다고 밝혔다. 새로 적용할 가격도 프로판과 가스가 전달보다 킬로그램(㎏)당 69원 오른 1358원, 1746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E1(98,100원 ▲1,800 +1.87%)은 불과 4시간여 만에 "가격인상을 취소하고 4월 가격으로 동결하겠다"고 수정자료를 배포했다. 결국 프로판과 부탄가스 공급가격은 4월과 같은 1289원, 1677원으로 유지됐다.

E1 관계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같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가격의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결정을 하기 전에 당국과 협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번 가격인상도 사전 논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가스(246,000원 ▲5,500 +2.29%)도 1일 당초 예정한 가격인상(프로판·부탄가스 각 75원)을 철회했다. SK가스는 이날 오후 이달에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의 충전소 공급가격을 4월과 같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충전소 공급가는 전달과 마찬가지로 프로판가스 1292.80원, 부탄가스 1679.18원이다.

정부가 LPG가격에 손을 대는 것은 정유사를 압박해 기름값을 끌어내린 때와 유사한 모양새다. 당장 물가급등에 따른 서민부담을 우선 기업들에 돌리는 것이다. 사실 LPG는 휘발유나 경유만큼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부탄가스의 경우 주로 택시와 장애인용 차량에 쓰인다. 개인택시는 하루 150~200㎞를 주행하는데, E1과 SK가스가 가격을 올리더라도 부담은 월 2만~3만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심리에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가격 인상으로 더 이상 가격동결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프로판가스는 농가 난방용으로 주로 쓰이는 등 LPG가 지닌 상징성에 정부가 부담을 느낀 것같다"고 말했다.

업계나 시장은 당국의 거듭된 개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당장 코스피지수의 강세에도 E1 주가는 연초 대비 10%가량 떨어진 5만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가격인상 지연을 '일시적인 요인'으로 분류했으나 이번 해프닝 탓에 주가 예측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문제는 당국의 개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유사들이 마지못해 휘발유와 경유를 ℓ당 100원 할인, 또는 인하했으나 전국 휘발유가격은 여전히 평균 1900원대를 웃돈다. 이는 두바이유 등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꺾이지 않는 탓이다. 나아가 "이제 유류세를 내리는 것밖에 답이 없다"는 여론과 함께 당국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

앞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시장' 대신 '친서민'의 손을 들어준 정책의 실효성도 의심을 받고 있다. 업계는 당국의 개입이 보다 '과감한' 조치를 요구하는 기대만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와 정부가 '친시장' 기조와 관련해 시장에 혼선을 줘서는 안된다"고 언급했고 3일에는 경제5단체장과 오찬회동을 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반준환 기자

2022 코넥스협회 감사패 수상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