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약인가 독인가③-1]섣부른 '대중화'는 위험, 도입취지에 충실해야

직장인 무 대리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무릎을 쳤다. 조지소로스의 퀀텀펀드 같은 상품에 가입해 M&A나 외환투자에 화끈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놓고 증권업계 뿐 아니라 일반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인기드라마에서 헤지펀드가 저위험, 고수익을 거두는 요술방망이처럼 그려진데다 금융 당국이 헤지펀드의 진입장벽을 낮춰 대중화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헤지펀드가 고수익의 대중적 재테크상품으로 잘못 포장될 경우 금융시장을 선진화한다는 도입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헤지펀드시장을 만들어주기 위해 '훈련되지' 않은 개인투자자의 환상을 부추길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운용보고서·공시의무 없어 투명성 떨어져
이 같은 우려는 헤지펀드의 본질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통화 및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범위가 자유롭고 레버리지를 일으키거나 공매도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투자 기법을 사용할 수 있다. 투자대상과 투자 기법의 다양성은 헤지펀드가 시황에 상관없이 절대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운용전략이 다양하고 복잡해서 투자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뮤추얼펀드와 달리 사모로 설립되다보니, 공개되는 정보도 미미하다. 자발적인 공시나 제한된 수준의 공시의무만 있을 뿐 운용보고서를 배포할 의무는 없다. 절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환상으로 개인이 섣불리 투자하기엔 곳곳에 지뢰밭이 있는 셈이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헤지펀드 투자역사가 긴 미국이나 유럽도 이 점에선 뽀족한 보완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일반투자자에게 운용전략이나 포지션이 공개된다면 헤지펀드매니저가 선택할 수 있는 운용전략에 한계가 생겨 헤지펀드고유의 장점을 옭아매는 결과가 된다.
물론 헤지펀드에 대한 분석자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HSBC의 헤지펀드 리포트나 헤지펀드인텔리전스 등은 개별헤지펀드의 기본 현황을 공개하고 주요운용전략에 따라 카테고리화해 수익률 인덱스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개별 헤지펀드매니저가 정보공개에 참여할 때만 그마저도 공개된다는 게 한계다. 헤지펀드는 금융선진국에서조차 개인이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는 대안투자상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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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대중화 아닌 시장선진화 본질에 충실해야
헤지펀드 도입국가들이 하나같이 위험을 감내할 능력이 있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나 고액자산가(HNWI, High Net Worth Indivisual)로 헤지펀드 투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일단 투자가 이뤄지면 투자자 개인이 투자 내역을 감시하고 모니터할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아예 진입장벽을 높게 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가입대상인 적격투자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불완전판매가 발생할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증권사 대표는 "고액자산가만 투자할 수 있다고 하면 우리 국민정서 상 반발이 있을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투자 문턱을 낮추면 헤지펀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학습 없이 투자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헤지펀드 '대중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오히려 태생적으로 대중화될 수 없는 헤지펀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시장안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에겐 펀드오브헤지펀드가 적합"
금융자산을 넉넉하게 보유한 적격투자자(미국에서는 100만달러 이상)조차도 헤지펀드 도입 초기엔 관련 정보인프라 부족으로 투자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는 상품이 아닌 펀드매니저의 '투자 전략'에 투자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매니저를 선택하는 것이 투자의 핵심이다. 불행히도 유능한 펀드매니저는 소수이고 개인투자자가 개별매니저의 지난 투자실적이나 경력을 일일이 찾아 비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명성 부족과 정보의 비대칭성 등 때문에 헤지펀드가 개인이 투자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오히려 양질의 헤지펀드를 추려 모은 펀드오브헤지펀드가 대안투자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개인들은 (헤지펀드에) 투자할 기회가 없다기보다는 투자적합성 면에서 정보 불균형을 보완할 수 있는 재간접투자상품인 펀드오브헤지펀드가 보다 적합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