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교우회는 해병대 전우회, 호남향우회와 함께 대한민국 '3대 불멸의 조직'이라는 평을 듣는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28만명의 동문을 자랑하는 고대 교우회는 그만큼 강력한 결속력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고대 교우회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게 된 계기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다. 이 대통령의 당선에 교우회가 적잖은 역할을 했고 당시 교우회장 천신일씨(68·정치외교 61학번)가 대통령과 절친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천씨는 MB정권 탄생의 숨은 공로자로 부각되면서 2007년부터 내리 두 차례 회장직을 연임했다. 그러나 이 시기를 즈음해 천씨를 중심으로 한 소위 'MB학번'인 61학번이 부각되면서 고대 교우회가 사조직화됐다는 비난이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천씨가 지난해 12월 검찰에 구속되기 전 회장직을 사퇴하면서 현재 교우회장직은 공석이다. 후임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교우회는 적잖은 내홍을 겪었기 때문이다.
공석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DJ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씨(72·법학 59학번)와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인 구천서씨(61·경제 70학번)다. '친MB'평을 듣는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66·법학 65학번)도 한차례 최종후보 선출이 무산된 뒤 회장 선거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교우들 사이 법적 공방도 벌어졌다. 김씨가 교우회 임시회장단 및 이 전총장을 상대로 회장단회의 결의 등에 대해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낸 것. 김씨는 소장을 통해 이 전총장이 선거전에 뒤늦게 뛰어든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4일 교우회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서 구씨는 35표를 획득, 32표에 그친 이 전총장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회의장에서는 회원 간 고성이 오가다 119가 출동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고대 교우회장의 새얼굴을 뽑는 데 이같은 내홍을 겪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MB정권 출범이후 일명 '실세'로 자리 잡은 천씨가 안좋은 선례를 남긴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대 교우회장 자리가 동문회 수장이 아닌 일종의 권력화 된 것이라는 평가다.
고대 교우회는 남다른 모교 사랑과 자부심으로 타교의 부러움을 사왔다. 교우회는 그동안 과도하게 부각됐던 '정치색'을 지우고 친목 도모와 모교 발전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