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ELW 재판]"일단 지켜본다. 자율 조정 기대" 마지막 기회
금융당국은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만 보면 씁쓸하다.
검찰이 감독 영역인 시장을 헤집고 다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깔려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도 연초 일부 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통해 ELW 거래의 문제점을 포착했다. 스캘퍼(초단타매매자)가 증권사 방화벽을 거치지 않고 주문을 내도록 길을 터 준 사례도 파악했다. 제재가 불가피한 사안이었다.
우연찮게 그 때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시장 이슈' '감독 이슈'였던 ELW 문제가 '검찰 수사 이슈'가 돼 버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핑계라고 할 수 있지만 시기가 많이 겹친 것은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선수를 빼앗겼지만 손을 놓치는 않았다는게 감독당국의 입장이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기본예탁금 1500만원과 주문 시스템 개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부는 이달부터 시행됐다. 아직 제도 개선 효과를 가늠하기 힘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 개선 방침을 밝힌 만큼 9월 정도까지 ELW 시장의 추세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입장은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부 기류는 많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ELW 시장 규제를 놓고 금융당국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팽팽히 대립했다. "시장을 죽일 수 없다"는 논리와 "근본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섰다. 지난 5월 제도 개선책도 어찌보면 강온파의 절충안이란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품 설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ELW를 도입할 당시 LP(유동성 공급자)가 지금처럼 활동할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며 "스캘퍼 못지않게 LP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감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ELW시장을 보는 시선이 매우 차갑다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 행동에 나설 태세는 아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 등 가뜩이나 혼란스런 상황 속 감독당국까지 뛰어들 필요까지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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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탄생한 시장을 죽일 수는 없지 않겠냐"며 "1차로 필요한 것은 스캘퍼, 개인투자자, LP 등을 포함한 시장의 자율 조정과 정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자율 조정이 없다면 LP 규제 등 근원적 처방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토된 LP규제 방안은 없지만 ELW 시장의 형님 격인 홍콩 시장의 예가 있다. 홍콩의 경우 한때 LP의 독점적 지위를 줄이기 위해 ELW 발행 물량의 80%를 개인 투자자에게 분배하도록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