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1년, 문제는 경제]유럽위기에 포퓰리즘 겹쳐, 건전재정에 초점 맞춰야
"안 그래도 불확실성이 큰데, 선거 정국까지 겹쳐 우리 경제가 감내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2012년 임진년을 맞아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걱정부터 털어놨다. 올 한해 한국 경제 앞에 놓인 길은 그리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유럽위기 중국으로 번지면 최악= 대외적으로 새해 최대 악재는 중국에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고성장를 구가하던 중국 경제를 강타할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상대국 가운데 중국은 단연 1위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커진 지 오래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5%에 달했지만 미국은 10.7%, 일본은 6.0%에 그쳤다.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감기몸살'이 걸릴 수 밖 에 없는 실정이다.
일본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돌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233%로 그리스(166%), 이탈리아(121%), 스페인(67%) 등 이미 위기에 빠진 국가를 압도한다. 이처럼 막대한 국가부채와 동북부 대지진 후유증 등을 고려해 S&P가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무디스가 Aa2에서 Aa3로 각각 하향조정할 만큼 일본발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높다.
◇선거의 해, 포퓰리즘 기승= 이 같은 대외적 악재에 과도한 가계부채, 청년 실업난, 소비둔화, 물가 상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 내부 악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이러한 뇌관들이 올 초부터 선거 정국으로 접어들면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 경쟁과 맞물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가 침체의 터널로 들어갈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기로에 서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한국 정치 문화를 감안할 때 정치와 경제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면서 "선거정국으로 접어들면 경제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포퓰리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포플리즘 경쟁은 지난해 불이 붙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야권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에 반값 대학등록금을 합친 소위 '3+1'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여권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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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2012년 예산안에는 당초 정부 계획보다 복지예산이 대폭 증대됐다. 대표적으로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0~2세 아동에 대해 국가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해 보육예산이 1조8647억 원으로 늘었다. 국가장학금은 정부안(1조5000억 원)보다 2500억 원 증가했고, 대학학자금대출(ICL) 금리도 4.9%에서 3.9%로 1%포인트 인하됐다.
이 같은 복지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3억 원 초과 소득자에 대해 38% 세율을 부과하는 '한국판 버핏세'도 신설됐다. 하지만 3억 원 초과 소득자 숫자는 전체 소득자의 0.17%인 6만3000명에 불과하고, 이들로부터 추가로 거둘 세금도 5000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재정건전성 방어에 주력해야= 결국 복지 분야에 예산 투입이 불가피해 정부 재정건전성 약화가 불가피하다. 아직 우리 재정은 건전한 편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는 2007년 27.9%에서 2010년 33.5%로 높아졌지만 유럽연합(EU)과 G7의 85.0%, 108.8%에 비해 낮은 수치다.
재정수지 측면에서도 균형을 잘 잡고 있다.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흑자재정을 달성한 국가는 노르웨이와 한국뿐이었다.
하지만 한번 원칙이 무너지면 잠재돼 있던 복지수요가 폭발하면서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 게다가 주요 국정 과제가 포퓰리즘에 밀려날 경우 정부의 정책 대응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임기 말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어서 자칫 경제 정책이 좌표를 잃고 표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정부가 그동안 반값 등록금 등 정치권의 포퓰리즘성 요구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재정건전성 방어를 최우선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