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수료 안내면 퇴직연금 못 받는다'...약관 구멍

단독 '수수료 안내면 퇴직연금 못 받는다'...약관 구멍

임상연, 김성호 기자
2012.01.04 05:58

일부 금융사 수수료 미납시 지급업무 중단… '수급권보호' 배치, 당국 개선요구

일부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한 회사가 운용관리수수료를 제때 납부하지 못할 경우 해당 회사 근로자들의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라는 퇴직연금제도 도입 취지에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금융당국이 전면 실태 조사와 약관 개정작업에 나섰다.

3일 감독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삼성생명 등 일부 퇴직연금 운용관리사업자들은 확정기여형(DC) 약관(운용관리계약)에 "회사가 운용관리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미납 발생일 1개월 이후부터 수수료를 납부할 때까지 운용관리업무를 일시 중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퇴직연금 운용관리사업자는 근로자의 적립금 운용 및 지급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으로 관련 업무를 중지할 경우 근로자는 퇴직급여 지급은 물론 중도인출도 불가능하다.

퇴직연금 운용관리사업자가 회사의 수수료 미납을 이유로 근로자의 퇴직급여 지급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현행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위배되는 사실상의 불공정 약관이라는 지적이다.

한 퇴직연금 담당자는 "근로자 수급권 보호는 퇴직연금제도의 핵심"이라며 "아예 적립금이 없다면 모를까 근로자의 퇴직급여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퇴직급여 지급까지 중단하는 것은 과도한 업무중단에 해당된다"며 "퇴직연금 계약자체는 사업자가 하지만 수급권은 근로자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금융회사들은 "손실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일뿐 실제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수수료를 문제로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미지급한 사례는 없던 것으로 안다"며 "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에도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근로자는 보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 전 다니던 직장이 폐업한 A과장은 생활비 충당을 위해 퇴직연금을 찾으러 금융회사를 방문했지만 금융회사는 '회사에서 운용관리수수료를 미납했다'는 이유로 퇴직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회사가 망해도 퇴직금을 보호받는다고 해서 퇴직연금에 가입했는데 고작 수수료 몇 푼 못 냈다고 지급을 안 해준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사업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서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를 위해 관련 약관을 개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업무실태점검에서 문제가 된 약관이 발견된 일부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는 약관 개정을 요구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약관은 적정 기일 내에 지급할 수 있게 개선하도록 했다"며 "향후 전수조사를 통해 약관상 문제가 없는지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정기여형과 달리 확정급부형(DB) 약관에는 문제가 되는 조항이 없다. 확정급부형의 경우 기존 퇴직금처럼 회사 주도하에 운용되면서 적립금에서 수수료가 자동 차감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퇴직연금 중도 해지 시 선취수수료(운용관리수수료)를 반환하지 않도록 돼 있는 약관 역시 개정하기로 했다. 현재 보험 등 일부 금융회사들은 가입자가 1년 이내 퇴직연금을 중도해지해도 선취수수료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말 퇴직연금사업자는 57개사로 전체 퇴직연금 규모는 39조189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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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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