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삼성전자, 현대차, POSCO 등을 비롯해 무려 192개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들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올 ‘슈퍼주총데이’에도 예년처럼 사측과 소액주주들이 갈등을 빚고 주주들간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격려하는 등 화기애애한 풍경도 펼쳐졌다.
◇주총 의사봉 잡은 삼성가 맏딸=서울 장충동에서 열린 호텔신라 주주총회에는 시작전부터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삼성가 3세중 처음으로 주총 의장 역할을 맡아 의사봉을 잡았기 때문. 이 사장은 "올 한해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위해 굳건한 의지를 갖고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명문 서비스기업에 걸맞는 최고의 경영실적으로 보답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물리적 충돌속에서 출범한 ‘이석채 2기’=KT 주주총회에서는 일부 주주들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일부 주주들이 주가하락 등의 책임을 지라며 이석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주총 진행이 파행을 겪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소란속에서도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돼 앞으로 3년동안 KT를 이끌게 됐다.
◇“일 잘해서 주가 높여주세요” 쏟아지는 격려=KT의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주총장에서는 모기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소액주주들이 “가입자 확대에 집중해 주세요”, “경영진들이 일 잘해서 주가 높여주세요" 등 경영진에 대한 격려와 기대감을 쏟아냈다. 지난해 6월 상장한 KT스카이라이프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60% 가까이 오르며 주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
◇‘벌써 끝났어’ 여전한 총알 주총=올해도 일부 회사의 주총은 단시간내에 상정안건들을 처리, 주총장에 발걸음한 주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인천 항동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현대제철 주총이 불과 20여분만에 일사천리로 마무리되자 한 주주는 “무슨 주총이 이렇게 일쩍 끝내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주총에서 정의선 현대자그룹 부회장은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장하성펀드 '아 옛날이여'=소액주주 운동의 ‘대명사’인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펀드)가 남양유업 주총에서 체면을 구겼다. 장하성 펀드는 이날 주주이익을 대변하며 2만5000원의 배당금,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의안들은 모두 사측이 제시한 원안대로 통과됐다. 한 주주는 "계속 시비를 걸고 있는 골칫덩어리"라는 비난까지 쏟아냈다. 장하성펀드는 지난해 태광산업에 이어 이번 남양유업 주총에서도 힘도 써보지 못하면서 또 한번 자존심을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