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국,핵물질 감축계획 만든다" 핵안보회의 폐막 성과는?

"53개국,핵물질 감축계획 만든다" 핵안보회의 폐막 성과는?

송정훈 기자, 구경민
2012.03.27 18:04

미국 등 공동협력 발표 잇따라...군사목적 핵물질 감축 한계 드러내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발표한 핵안보정상회의 서울 코뮤니케(정상선언문)는 정치적 의지를 확인한 지난 2010년 워싱턴 회의에 비해 53개국이 모여 구체적인 핵 물질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핵 테러를 방지하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정상회의 취지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것이다.

◇핵물질 최소화 합의, 안전 분야서 성과 내놔=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이슈는 핵물질 최소화와 관리 강화다. 현실적으로 핵 테러를 사전에 차단하려면 핵무기 재료인 핵 물질을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뮤니케는 11개 과제 중 핵물질과 관련, 53개 참가국이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의 최소화 노력을 통해 핵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데 합의했다. 2013년 말까지 HEU를 사용하는 연구로를 저농축우라늄(LEU)을 사용하는 연구로로 전환하는 등 HEU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표를 자발적으로 수립, 발표하도록 독려하는 게 핵심이다.

핵무기 12만 개 정도의 분량으로 추산되는 핵 물질 감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핵 물질 감축 움직임이 확산되면 핵물질 보유국이 관리 강화 등의 국제협약에 가입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핵 안전 분야에서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논의된 핵 안보와 원자력 안전이다. 두 사안의 통합적 논의를 통해 원자력 발전 시설의 방호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 후 핵연료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위한 적절한 계획을 국가 차원에서 수립할 것을 장려해 나간다는 세부 조치도 마련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테러가 아닌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원전 사고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정상들이 원전 안전 문제 해결 의지를 확인하고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협력 발표 '눈에 띄네'=이번 회의는 또한 핵 물질 대응 등에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워싱턴 1차 회의에서 미국 등 29개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공약을 발표한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한충희 준비기획단 대변인은 "각국이 공동으로 협력사업을 전개하기로 한 것은 이번 회의의 독특한 현상이고 핵 테러 방지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국과 미국, 프랑스, 벨기에는 고농축우라늄(HEU) 연료를 저농축 우라늄(LEU) 연료로 전환하는 공동 협력 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정상회의에서 2개 이상의 국가가 공동이행약속(gift basket) 형태로 핵물질 감축 목표를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4개국은 의료용 방사선 동위원소 제작과정에서 고농축우라늄(HEU) 사용을 2015년까지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5개국은 핵과 방사성 물질을 운송할 때 보안을 강화하고 핵물질 재고관리소와 국내용 핵물질 추적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군사목적 핵 물질 감축 한계" 지적도= 이처럼 정상회의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놨지만 애초부터 핵 물질 감축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핵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목적 핵 물질 감축은 논의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상회의를 처음으로 제안한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군사목적의 핵 물질 감축 문제를 다루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당초 각국 교섭대표 회의에서 논의된 군사용 HEU 관리 강화 의무화가 막판에 제외된 것 역시 군사목적의 핵 물질 감축 논의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뮤니케 자체가 자율적인 목표인데다 세부적인 감축량 등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당초 50여 개국이 핵물질 감축과 관리 강화 등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핵 물질은 보안상 정확한 보유량 자체도 공개하지 않아 감축량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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