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안해 혼나던 고교생, 삼성 입사하자…

공부안해 혼나던 고교생, 삼성 입사하자…

제주=신희은 기자
2012.05.18 06:00

[인터뷰]국제기능올림픽 '모바일 로보틱스' 금메달리스트 공정표씨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나서 많은 게 달라졌어요. 학교에선 영웅 대접을 받았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회사(삼성전자)도 다니게 됐어요. 무엇보다 공부 안한다고 나무라던 형이 이젠 저를 부러워해요."

세계적인 기술 명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총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 신라호텔. 손끝기술로 세계를 재패한 금메달리스트들 사이에서 만 19살 공정표(사진)씨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총회 현장을 누볐다.

얼핏 보면 총회 행사장 일을 거드는 또래 아르바이트생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소개를 듣고 나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공씨는 시골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에서 하루아침에 기술계의 명장 경지에 오른 국제기능올림픽 한국대표단의 '스타'다.

공씨는 "작년에 금메달을 딴 이후에 국제기능올림픽 총회 행사는 처음"이라며 "제주도까지 와서 다른 나라에서 온 기술명인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하니 신기하다"고 해맑게 웃었다.

공부보다 노는 게 좋은 철없던 고등학생이던 공씨는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해 '모바일 로보틱스(Mobile Robotics)' 부문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켰다.

모바일 로보틱스는 로봇에게 목표물을 찾아 운반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일종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마이스터고, 로봇고, 과학고 등 대도시의 유명학교에서 로봇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이 기술에 도전하지만 국제대회 우승 자리에까지 오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지방에서부터 전국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등 치열한 경쟁을 거치기 때문에 한국 국가대표로 2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참가자격을 얻는 것 자체가 이미 메달 권에 진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쟁자들을 제치고 전라북도 남원 용성고에서 금메달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시골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신혼 생활도 마다하고 동고동락하며 공씨에게 기술을 지도한 선생님도 깜짝 놀랄 만한 쾌거였다.

공씨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고 실업계 고등학생을 색안경을 끼고 보던 주변의 시선도 180도 달라졌다.

공씨는 "중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인문계 고교에 다니던 형에게 많이 혼났다"며 "지금은 형보다 빨리 취업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니까 오히려 형이 저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우승으로 받은 상금 5780만 원과 금메달은 공씨에게 든든한 배경이 됐다. 공씨는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세계 정상에 오른 기술력을 인정받아 고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전자에 일찌감치 채용됐다.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POSCO 등 대기업들은 국내외 대회를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은 기술인재들을 채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회수상을 통해 이들 기업에 특채된 인력만 600명에 이른다.

공씨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에도 현장업무에 바로 투입되지 않고 모바일 로보틱스 부문으로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할 후배를 지도하고 있다. 기술인재들이 국제대회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도록 배려한 덕분이다.

'19살 금메달리스트'는 예전에는 내켜하지 않던 공부에도 욕심이 생겼다. 공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경험을 쌓은 이후에 대학에 진학해 원하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며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고, 어떤 게 나한테 맞는지 고민한 끝에 원하는 길을 찾으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금메달리스트가 된 이후에 부쩍 어른스러워졌다는 공씨는 인문계 고교를 나와 대학을 다니는 또래가 부럽지 않다. 내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 출전하는 후배를 지도하는 공씨의 인생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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