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신발·갤탭 커버 '같은 제품' 어디거?

나이키 신발·갤탭 커버 '같은 제품' 어디거?

최경민 기자
2012.06.11 05:45

[생활속 주식]세계 2위 운동화 인조피혁 제조업체 백산

[편집자주] 돈 많은 부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주변의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상 생활에서 쉽게 흘려버릴 것도 그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 생활을 하다보면 주식과 관련된 일들이 하루에도 무수히 일어난다. 그러나 이를 투자로 연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머니투데이는 '생활속의 주식'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주식투자의 연결고리를 찾아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백산의 인조피혁으로 만들어진 아디다스 운동화들
백산의 인조피혁으로 만들어진 아디다스 운동화들

#사내 '패션왕'으로 통하는 이상택씨(34)는 정장에 구두보다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특유의 삼선이 들어가 튀지 않으면서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아디다스'를 애용하며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중이다.

'얼리어답터' 조홍철씨(32)는 새로운 스마트기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사지 않고는 못배긴다. 최신 태블릿PC도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그는 부드러운 느낌의 태블릿PC용 케이스로 한껏 멋을 내기도 했다.

운동화와 태블릿PC. 겹칠 게 없을 것 같은 두 상품이 각광받으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폴리우레탄 합성피혁 제조업체 백산이다.

◇글로벌 IT업체 임원, 피혁회사 찾은 까닭

2010년 말 세계적인 IT(정보기술)업체 A사의 고위임원이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백산(13,750원 ▼30 -0.22%)본사를 찾았다. 그는 돌연 "태블릿PC 커버에 쓰일 인조피혁을 공급해줬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A사는 백산의 품질과 생산력을 모두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백산은 신발용 인조피혁분야에서 세계 2위다.

백산은 1984년에 설립된 후 86년 글로벌 브랜드 아디다스에 첫 납품을 시작했고 현재 나이키, 리복, 푸마, 뉴발란스 등 유명 메이커 대부분에 인조피혁을 공급한다. 특히 아디다스의 인조피혁 점유율은 38.2%로 1위다. 나이키의 경우 24.6%로 2위. 지난해 신발분야 매출만 1279억원에 달했다.

백산은 A사의 제안에 피혁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못할 게 없다고 판단, 원단 100% 생산을 결정했다. 2010년 20억원으로 시작한 이 사업과 관련된 매출은 지난해 179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출시된 이 회사의 신형 태블릿PC 커버에도 원단의 80%를 대고 있고 앞으로 삼성전자로 납품도 늘릴 계획이다.

이런 수익구조 다변화는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백산의 지난해 매출은 1468억원으로 2007년(762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5년 전 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영업이익은 115억원까지 늘어났다. 2008년 키코 손실로 147%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도 현재 85%까지 떨어졌다.

백산 관계자는 "운동화와 태블릿PC라는 최근 트렌드의 수혜를 본 것 같다"며 "두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부채비율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산의 아디다스 점유율
백산의 아디다스 점유율

◇IT에서 자동차로

백산은 최근 자동차시트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백산은 매출의 80%가 신발부문에서 나온다. 태블릿PC 케이스와 자동차시트 비중은 15%, 5% 정도. 하지만 자동차시트부문을 신발 수준인 1000억원 규모까지 키울 계획이다.

백산은 지난해 9월부터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에 자동차시트용 피혁을 납품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80억원 정도지만 자동차시장 규모상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간 차량용 시트에 주로 쓰이던 PVC(폴리비닐클로라이드)가 각종 환경문제로 인해 유럽 등에서 규제를 받는 바람에 백산의 주 제품인 폴리우레탄 합성피혁이 각광을 받고 있다.

프랑스 푸조의 고위관계자도 최근 백산을 방문해 기술력을 확인했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국내에 PVC 규제가 없어 유럽 등 수출용 차량 위주로 피혁을 납품하는 것으로 안다"며 "현대차 중 '아반떼'와 같은 중저가 베스트셀러에 탑재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환율 리스크는 부담

백산은 유가와 환율 민감도가 높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폴리우레탄 합성피혁이 석유화학 제품이어서다. 백산 관계자는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며 "국제유가가 아직은 우호적이지 않지만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 머물러 그나마 사정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백산 주가는 지난 8일 2240원을 기록해 연초(2675원) 대비 16%가량 떨어졌다. PER(주가수익배율)는 4배 정도로 코스피 상장사 중 저평가됐다.

유통 주식수가 많지 않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전체 발행 주식수는 2420만주지만 올 3월 말 현재 57.74%를 김상화 대표이사 와 특수관계인이 보유, 실제 유통주식수는 647만주(26.75%)에 그친다.

최순호 연구원은 "IT와 자동차시트 등 신사업에서 어느 정도 실적을 낼지가 관건인데 신발용 피혁 등의 매출이 꾸준해 안정적인 기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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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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