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마음 '가둔' 반찬통에 동남아·인도를 '담다'

중국인 마음 '가둔' 반찬통에 동남아·인도를 '담다'

대담=강호병산업2부장, 정리=장시복기자, 사진=홍봉진기자
2012.06.25 12:55

[머투초대석]김준일 락앤락 회장 "나는 세상을 6블록으로 나눠본다"

↑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현장경험을 중국성공 1조로 꼽는다. 김회장이 중국서 인기있다는 밀폐형 차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현장경험을 중국성공 1조로 꼽는다. 김회장이 중국서 인기있다는 밀폐형 차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쉬운 거부터 해야 합니다. 30년 전 사회가 덜 복잡했을 때는 문 앞에 서면 끝점이 보였는데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처음부터 원대한 플랜을 갖고 접근하기보다 발을 담그고 작게 해봐서 맞아들어가면 더 키우고 아니면 바꾸어야 합니다."

 국내 대표 주방생활용품 제조업체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60)은 "국내기업이 중국시장에 어떻게 다가가야 성공할 수 있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락앤락의 중국 진출 역사는 길다고 보기 어렵다. 2002년 9월에 생산법인을 세웠으니 10년 정도 역사다. 그런데 대기업이 부러워할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전체 매출 4761억원 중 48%가 중국에서 나왔고 올 1분기에는 50%를 돌파했다.

 그의 말대로 락앤락의 중국내 첫걸음은 작았다. 2002년 '말하기 민망할 수준의 시골 위탁공장' 이 시작이었다. 거기서 그는 초기 경험을 키웠다. 이후 경쟁이 심한 남쪽지방을 피해 산둥지방에 가서 이리저리 뛴 끝에 터전을 잡았다.

마침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쌌다. 2년을 쏘다니다(?)보니 쓸 만한 사람이 모여 2004년 산둥성 웨이하이에 첫번째 공장을 세웠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2006년 역시 산둥성 만산에 수출전용 공장을 세우고 2007년엔 가장 영업이 활발한 상하이와 근접한 쑤저우에 내수전용 공장을 세웠다.

 그는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호텔을 쓰지 않고 아파트를 얻어 생활했다. 직원과의 스킨십을 위해서다. 주재원들과 밥 먹고 당구도 치다보니 고충을 알게 됐다. 문제는 빨리 고쳐지고 사업은 속도가 났다. 통역으로는 사업에 지장이 많아 중국어도 착실히 공부했다.

 그는 이제 새로운 동력을 찾아나섰다. 사업 면에서는 유통, 지역에서는 신성장지역 동남아와 인도를 쳐다보고 있다. 중국의 비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음에 대비한 `포스트 차이나'전략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를 6블록으로 나눠보고 있다고 했다. △1은 한국과 일본 △2는 중국·홍콩 등 중화권 △3은 동남아 및 인도 △4는 북중미 △5는 유럽 △6은 중동·아프리카다. 그는 3블록을 정조준했다. 장기적으로 해외매출의 40%를 3블록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수종사업과 관련, 그는 "이미 유통시장에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는데 미래에도 현재와 같은 유통구조가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밀폐용기와 연관성이 있는 가구 같은 카테고리까지 확장해 대형매장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구를 포함, 주방·주거용품을 망라한 4950㎡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3년 내 동남아권에서 열 예정이다. 저렴한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국내외 락앤락의 매장당 면적은 132㎡(40평) 안팎인데 앞으로 660㎡ 이상으로 넓혀 판매제품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국내외 가구업체들과도 MOU(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래도 락앤락하면 중국시장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올 1분기에도 전체 매출의 약 52%를 중국이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지린성의 옌볜 가맹 1호점 이후 2, 3선 도시 위주로 현재까지 9개 가맹점이 오픈했습니다. 다음달까지 3개를 더 오픈할 예정으로, 가맹점주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습니다. `근공원교'(가까운 곳은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먼 곳은 직접 하기보다 교류를 통해 접근) 전략으로 양적 성장보다 내실을 다져가고자 합니다.

―중국시장 진출 초기 중국인에게 어떻게 어필했나요.

▶처음 들어갔을 땐 밀폐용기가 4면으로 "딱딱" 결착하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중국인은 보온랩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품질은 낮은데 가격이 비쌌어요. 이에 가격을 낮춰서는 승부가 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고급화로 가면서 홍보에 공을 들였습니다. 중국인에게도 인기 있던 `대장금' 버전의 TV광고를 했습니다. 탁월한 효과가 있었죠.

더불어 직영점도 100개를 냈습니다. 중국사람들은 남이 안가진 브랜드상품을 과시합니다. 이런 심리를 활용했습니다. 홈쇼핑 덕도 봤습니다. 둥팡CJ홈쇼핑이 개국하는 날 첫날 방송을 저희 걸로 했습니다. 홈쇼핑, 광고, 매장을 통해 고급스럽게 진열된 것을 보며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갔습니다. 중국인들은 냉장고에 락앤락이 있는 걸 자랑합니다. 택시운전사도 락앤락을 차통으로 쓸 정도입니다. 물론 과시욕이죠(웃음).

↑김준일 락앤락회장(사진=홍봉진기자)
↑김준일 락앤락회장(사진=홍봉진기자)

- 중국 관료주의 때문에 힘든건 없었는지?

▶법규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정석대로 거슬리지 않고 따라하면 편하다는 것을 체감했죠. 매장을 하나 내도 중국에 유명 시내는 인테리어를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합니다. 업종도 그사람들 허가업종만 할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허가받는데 20∼30일 걸리는데 따라했더니 응당 그렇게 하는거구나 습관이 됐습니다. 인내가 좀 필요하지요.

―1년에 3분의2를 해외에서 보내신다는데 영업목적이라고 보기엔 너무 깁니다.

▶1년에 15번 이상 중국출장을 갑니다. 현장에서 보고 결정을 바로 내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오너나 CEO(최고경영자)가 해외현장에 자주 있어줘야 합니다. 그 밑에 사람에게 맡겨만 놓으면 보고하느라 시간 다 보낼 수 있습니다. 한 번은 못믿을 사업내용이 눈에 띄어서 바로 치우라고 했죠. 주재원들 직원들과 자주 부대끼다보면 척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됩니다. 속마음까지 알 정도의 일체감이 만들어지니 기획이 따로 없죠.

6개 블록으로 해외 사업구역을 나눴는데 블록별로 임원을 생산·영업·관리 삼권분립해서 3명으로 내보내고 있어요. 한국서 모두 통제하면 효율이 안나니까 자립성을 많이 주는 것입니다. 생산 아이템도 알아서 고르고 인원도 알아서 뽑아서 성과를 꽃피우라는 메시지입니다. 물론 블록별로 분쟁이 있으면 제가 중재를 하죠(웃음).

―해외출장을 가면 가구전시회에 자주 들르실 정도로 가구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대가족보다 핵가족이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때문에 플라스틱 소재를 중심으로 철재·우드 등과 조화를 이루는 수납용 소가구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철학대로 여기에서도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생소한 것은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진행코자 합니다.

밀폐용기를 담으려면 가구가 좀 필요합니다. 어떻게 꾸미고 살지 주부들에게 스타일을 제안해볼 생각입니다. 단품보다 세트로 이미지를 파는 것이니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요. 누구랑 손잡고 어디다 매장을 낼지 곧 발표하겠습니다. 단 다른 업체 인수는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10여개 업체를 들여다봤는데 여러 가지로 장애물이 많고 안맞아서 그만뒀습니다.

―최근 문을 연 서울 금천점은 수도권 최대규모의 매장인데 이런 추세가 이어지나요.

▶수납제품 비율이 확대됨에 따라 최근 수납·가구 등의 디스플레이가 쉬운 495㎡ 이상 대형매장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실제 대형매장이 판매효율이 높습니다.

―지난해 락앤락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한바탕 시장이 소란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투자자는 짧게, 경영자는 길게 본다는 점에서 다를 수 있습니다. 리먼사태 이후 2009년까지 국내 유수 대기업마저 차입이 중단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계속 변화가 일어나는 환경이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상증자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으로 한국(안성) 중국(쑤저우돚만산),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물류센터를 세울 예정입니다. 다음달이면 알루미늄 쿡웨어공장이 완공됩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