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투자 자금 모두 외국계에 맡겨.. 낮은 수수료도 지적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라 불리는 연기금이 정작 자금을 외부에 위탁 운용할 때는 외국계 운용사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 연기금 중 운용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투자 시 위탁운용을 모두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맡기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또 연기금의 위탁운용보수가 일반 공모펀드 대비 지나치게 낮아 최근 수익성 악화에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연기금은 외국계를 좋아해?=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산은자산운용의 고객초청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우리기금의 많은 부분이 외국계 운용기관에 위탁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들은 금감원 부원장과 만난 오찬 자리에서 연기금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해외투자 시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주로 자금을 맡기다 보니 해외진출을 하려는 국내사가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87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 위탁운용 시 자금을 모두 외국계 운용사에 몰아주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위탁운용 규모는 22조4666억원으로 전년말(17조5685억원) 대비 5조원 가까이 불었다. 하지만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33개 중에서 모두 외국계(합작사 포함)로 국내사는 단 한 곳도 없다.
국내 주식위탁 규모는 30조2578억원. 이 자금의 위탁운용사는 모두 30개사인데 국내 운용사 뿐 아니라 외국계 운용사도 10곳이나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은 6개월 마다 위탁운용사를 재선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해외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시 제안하는 운용상품 규모가 1억 달러 이상, 해외 채권형은 운용사 전체 채권운용규모가 309억달러 이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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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관계자는 "선정 기준 자체만 놓고 보면 국내사가 특별히 지원을 못할 것도 없지만 결과적으로 외국계 운용사가 선정된다"면서 "이는 국내 자금으로 외국계 운용사만 배 불리는 것으로 해외에 진출한 국내사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투자 특성상 글로벌 네트워크와 운용 노하우를 가진 외국계 운용사가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수익률만 놓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주식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의 운용사별 평균수익률(6일 기준)을 살펴보면 토종 운용사인 에셋플러스운용이 연초이후 13.92%로 가장 높다.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1.98%로 2위를 차지했다. 피델리티운용이 11.01%로 3위, 삼성자산운용 8.89%로 4위를 기록했다. 상위권 중 외국계는 피델리티운용 밖에 없다.
동남아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이 각각 연초이후 18.39%, 17.59%로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이들 운용사는 모두 해외현지법인을 통해 직접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에 해외투자 자금을 맡겼다가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국민연금은 감사원 등의 지적을 받기 때문에 외국계를 우선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짜도 너무 짜" 연기금 위탁보수 논란=자산운용사들은 또 연기금의 위탁보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처럼 공모펀드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연기금 자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처지에 '슈퍼 갑'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기본보수와 성과보수를 따로 주고 있는데 기본보수의 경우 20bp(0.2%) 내외로 공모펀드(70bp) 대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최근 증시가 안 좋아 성과보수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라 더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 선정 시 운용사가 희망 운용보수를 기재토록하고 있다. 제시하는 보수가 낮으면 낮을 수록 평가 점수가 올라가는 구조라서 운용사로선 알아서 '덤핑'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국민연금은 그나마 성과보수 체계가 따로 있지만 일부 연기금은 기본보수만 주고 있다. 기본보수를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라는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고역스럽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