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락가락 식약청, 국민은 누굴 믿나?

[기자수첩]오락가락 식약청, 국민은 누굴 믿나?

장시복 기자
2012.10.29 04:30

"이럴 때 청장님부터 확고한 입장을 내주셔야 하는데...앞으로 과학적 전문성이나 법적 근거가 아닌 대중 여론에 따라 행정처분이 달라질까 걱정스럽습니다."

요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뒤숭숭하다. 내부에서는 이희성 청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농심 벤조피렌 검출 사건에 대한 이 청장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청장의 오락가락하는 행보 탓에 국민들이 식약청을 얕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이언주 의원(민주통합당) 측 주장이 한 공중파 방송의 뉴스로 알려지며 시작됐다. 점유율 70%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라면업체인 농심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극미량이나마 나왔다는 소재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 뉴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식약청은 보도 직후 나름 소신 있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검출된 벤조피렌이 워낙 극미량이어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데다 벤조피렌 함량 기준치 같은 것도 마련돼 있지 않아 농심에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다음날 국정감사에서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피감기관의 수장인 이 청장 입장에서는 식약청 공식 입장을 고수할 힘이 없었다. 그는 "문제가 된 제품을 회수 조치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지난 25일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도 식약청의 오락가락 행정은 반복됐다. 이날 식약청은 "(벤조피렌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소비자 불안 해소 차원에서 라면을 회수키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식약청은 3시간 뒤 또 말을 바꿔야 했다. 식약청은 "스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불량 원료(벤조피렌 함유 가쓰오부시)를 썼기 때문에 회수를 결정했다"고 정정했다. 여기에도 이 의원 측의 강한 항의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의원의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인 "정말 라면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냐?"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좀 더 확실하고 명확한 결론을 얻어내야 한다. 그러나 이전까지 과정에서 이 의원 측이 식약청의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 개선을 요구하기보다 자신들의 전리품이 묻히지 않기만을 원하는 장면들이 많았던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대만 등 다른 나라 공인기관에선 똑같은 제품에 벤조피렌 '불검출' 판정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라면 수출 1위인 농심은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수세에 몰리며 기업 이미지나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989년 공업용 우지 파동도 10년 가까운 법정공방 끝에 삼양식품은 무죄를 받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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