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헤지펀드중 3개만 코스피 웃도는 수익..KDB산은운용 등 11개 원금 손실
오는 12월 출범 1주년을 맞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적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가자 수익률이 더 악화돼 한국형 헤지펀드의 80%가 설정 이후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도 쫓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원금의 10% 이상을 까먹은 펀드도 나오는 등 증시 상황과 무관하게 수익을 내준다는 헤지펀드의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다.
◇코스피도 못 좇아가는 토종 헤지펀드= 29일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재 운용중인 20개 한국형 헤지펀드 중 설정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9개(25일 기준)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원금을 까먹고 있는 것이다.
또 설정이후 수익률이 같은 기간 시장수익률(코스피지수 등락률)을 웃돈 헤지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H클럽 에쿼티 헤지'와 '삼성 H클럽 멀티스트레지',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 매그넘',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 백두' 단 4개에 불과했다.
이 중 설정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교보악사 매그넘'을 빼면 시장수익률을 웃돌면서 플러스 성과를 올린 그야말로 헤지펀드라 불릴 수 있는 펀드는 3개뿐이다.
나머지 17개 한국형 헤지펀드는 시장수익률은 물론 일반 펀드보다 부진하거나 원금만 까먹은 이름만 '헤지펀드'였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토종 헤지펀드가 운용 초기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며 "성과가 부진하자 시장의 기대도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KDB산은운용 헤지펀드 원금 10%이상 손실= 설정 이후 수익률이 가장 우수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H클럽 에쿼티 헤지'로 7.9%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시장수익률(5.8%)보다 2.2% 가량 우수한 성과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한국형 1호 헤지펀드 중 하나인 이 펀드는 고평가된 주식을 팔고, 저평가된 주식을 사는 롱숏(Long-Short)전략을 구사한다.
다음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스마트Q 토털리턴'가 5.75%로 뒤를 이었고,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 백두' 5.6%,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스마트Q 오퍼튜니티' 5.0%를 각각 올렸다. 브레인자산운용의 첫 번째 헤지펀드인 '브레인 백두'는 단기 고수익을 기반으로 출시 한 달여 만에 1400억원을 모집하는 등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이밖에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H클럽 멀티스트레지'(4.2%)와 '삼성 H클럽 오퍼튜니티'(3.7%),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 프라임 롱숏 알파'(3.6%),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스마트Q 아비트러지'(2.4%), 우리자산운용의 '우리 헤리티지 롱숏'(1.7%), 등도 각각 1~4%대의 설정이후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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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난 2월 출시된 KDB자산운용의 'KDB 파이오니어 롱숏 뉴트럴'는 설정이후 수익률이 -11.7%로 가장 부진했다. 이 운용사의 'KDB 파이오니어 안정형'도 -4.9%로 손실을 냈다. KDB자산운용은 지난 8월 운용성과 개선을 위해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데이비드 전 대표를 전격 영입했다.
신한BNPP자산운용의 '신한BNPP 명장 한국주식 롱숏'과 '신한BNPP 명장 아시아(ex japan)주식 롱숏'도 각각 -7.4%, -8.8%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동양자산운용의 '동양 MY ACE 안정형'와 '동양 MY ACE 일반형',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 펀더멘털 롱숏', 한화자산운용의 '한화 아시아퍼시픽 롱숏' 등도 각각 -3~-4%대로 저조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갈길 멀어"= 한국형 헤지펀드의 초기 성과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은 태생적 한계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헤지펀드는 일종의 벤처금융으로 기존 운용사와 DNA가 다르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안정성에만 치중해 준비도 안된 대형 운용사 위주로 헤지펀드를 도입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국내 운용사들이 헤지펀드를 운용할 내부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대부분은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일반펀드 운용에 익숙한 전문가들로 헤지펀드를 취급할만한 노하우가 아직 부족하다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엄밀히 따지면 펀드매니저가 아닌 트레이더(Trader)의 영역"이라며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국내외 헤지펀드 전문가들이 속속 뛰어들어야 시장이 보다 성숙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