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재정절벽'문제와 두 후보의 공약에 쏠려있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중심의 의료보험개혁, 신재생에너지 육성 등을 내걸었다. 반면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화석 연료 중심의 원자력 발전을 내세우고, 의료보험제도에서도 개인의 재량권을 강조한다.
두 후보의 색깔이 뚜렷해서인지 증시에서도 '오바마 관련주', '롬니 관련주'는 공약과 맞닿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기는 경우 제네릭 의약품이나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가, 롬니 승리 때는 원자력 발전이나 자원개발주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국내 증시에서 대선 후보들 관련주는 '○○○테마주'로 불릴 정도로 주로 인맥에 근거한다. EG는 박근혜 후보 동생이 대표이사로 있다는 이유로,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가 최대주주로 있다는 점에서 각각 '박근혜 테마주'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다. 또 써니전자는 대표이사가 과거 안철수연구소에서 기획이사로 재직해 '안철수 테마주'로 묶인 케이스다.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거나 본사가 후보 고향에 있는 경우, 대표이사가 특정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 등으로 엮이는 경우도 있다.
대선 테마주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회사 '본질'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데 있다. 실적이 제법 견실한 회사도, 대표가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와 관련설을 부인해도 정치 테마주로 일단 분류되면 해당 후보 지지율에 따라 주가가 요동친다.
물론 주가가 다락같이 오른 틈을 타 보유 주식을 매도해 현금화하는 '발빠른' 대표들도 있다. 영업이익은 적자를 거듭하는데 주가는 두 배, 세 배로 뛰니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는 지 모를 일이다. 대주주들의 장내매도로 주가가 출렁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개인투자자) 몫이 된다.
대선 후보 간 정책 대결의 실종, 표만 의식하는 공약 남발 등 정치권의 행태가 달라지지 않은 데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가 가까와 질수록 테마주를 놓고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절정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 혈연과 지연, 학연 등으로 떴다 곧 떨어질 테마주 광풍이 언제쯤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