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보다 중립성

[기자수첩]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보다 중립성

최경민 기자
2013.02.26 07:00

"새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뿐 아니라 주주권도 강화한다고 하는데 시기상조 아닐까요?"

박근혜 정부 공식 출범 직전 인수위원회가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직후 증권가 일각에선 나온 얘기다. 국민연금이 주주권까지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인 중립성을 확보했는 지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지난 21일 공개한 새 정부 국정과제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와 '주주권 행사'가 포함돼 있다. 그간 박 대통령이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를 공약해 왔는데, 발표 내용은 보다 진전된 수준이다. 주주권은 대표소송제기권, 사외이사추천권, 회계장부열람권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기업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어 의결권보다 적극적인 행위다.

하지만 인수위는 '기금운용체계 개선'에 대해 언급만 했고,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등 구체적인 실행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운용체계를 그대로 둔채 의결권을 강화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그동안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 공단 산하에 위치해 이사장이나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가 연기금이 자본시장이나 기업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주권까지 행사토록 한다면 우선 순위를 조정해야 할 것 같다. 우선은 의결권과 주주권이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시장 참여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이 시급하다.

국민연금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동아제약, 현대해상, 넥센타이어 등의 안건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이전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결권 강화에 대한 새 정부의 '후원'과 무관치 않은 행보로 읽힌다.

국민연금은 이미 국내 주식을 73조원어치 보유하는 등 주식시장의 '큰 손'이 된 지 오래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지분율 5% 이상 보유한 종목이 170개를 넘어서 앞으로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위상과 힘에 걸맞게 의결권이 행사될 수 있다면 자본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 전제는 연기금이 외풍에 좌우되지 않도록 독립성을 확보해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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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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