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시장이 헤아리지 못한 기업가의 마음

[현장클릭]시장이 헤아리지 못한 기업가의 마음

김명룡 기자
2013.04.17 21:08

"소액주주에 피해줄 수 없다" 서정진회장 결정에 서린 기업가로서 중압감

"1조원에 사겠다고 나선 회사들이 있었다는데 왜 안파셨어요?"

2010년 무렵 인터뷰자리에서 서정진셀트리온(204,000원 ▲1,000 +0.49%)회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2008년 서 회장이 외국계 회사를 통해 지분매각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을 유력한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터였다.

'만약 그때 회사를 팔았으면 지금 뭘 하고 있겠느냐'는 질문에 당시 서 회장은 "사채업이나 하지 않았겠느냐"며 "지금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걸 보면 그때 안 팔길 잘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2000년 창업당시 2명으로 시작한 셀트리온은 현재 1500명의 고급인력이 일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서 회장은 무일푼에서 사업을 시작, 시가총액 4조원 수준의 회사로 키워냈다. 사업을 시작하고 9년만인 2009년부터 돈을 벌게 됐다고 했다. 바이오의약품 원료사업이 잘됐고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사업도 시작했다.

사업이 자리를 잡으며 서 회장은 '무일푼으로 성공을 이룬 자신의 사례가 젊은이와 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또 주주와 임직원이 행복한 회사, 존경을 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런 서 회장이 돌연 회사의 경영권을 내놓았다. 우람한 체격에 선이 굵은 스타일인 그가 사업실패도 아닌 집요한 공매도를 이유로 백기를 던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시장은 의아하게 바라보는 눈초리다. 상장사니까 있을 수 있는 일로 볼 수 있는데 왜 그리 민감하게 주가에 반응하게 반응하느냐는 것이다. 셀트리온보다 더한 데도 있는데 그러는게 주가가 꼭 지켜져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거래소측도 '공매도와 주가와는 의미있는 상관관계가 없는데 왜' 라며 회장의 이번 처신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답은 서 회장의 마음에 있는 듯하다. 2011년 11월 셀트리온에 공매도가 집중되던 때 "주가에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 회사의 가치가 좋다면 결국 주가도 이를 반영하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서 회장은 "비정상적 공매도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데 회사가 손 놓고 있으라는 얘기냐. 투기세력의 계속되는 의혹과 공격에 맞서서 주주들의 피해를 줄이는 게 경영진의 도리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답했다. 이유가 어쨌든 소액주주들의 피해보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회사를 일군 경영자로서 견디기 힘든 자책감으로 다가갔다는 얘기다.

이는 관찰자 입장인 시장이 충분히 헤아리기 힘든 부분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이해가 안될 지 모른다. 서 회장이 16일 지분 매각을 발표하면서 "내가 나를 버렸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라고 한 말은 빈말이 아니다. 다른 어느 자수성가형 기업가도 회사가 어렵게 되자 괴로움을 토로하며 같은 말을 했다. 기업인으로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보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는 뜻이다.

17일 서 회장에게서 한마디라도 더 듣고자 취재했지만 칩거한 채 응하지 않았다. 회사 임원들과도 만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한다. 서 회장 생각대로 셀트리온이 다국적 제약사에 품에 안기면 더 잘될 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키워온 항체바이오시밀러라는 장르는 한국의 것에서 멀어졌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만들었고 그것을 유럽연합에 판매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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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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