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린이펀드가 연금펀드다

[기자수첩]어린이펀드가 연금펀드다

오정은 기자
2013.06.04 06:39

"가입절차만 복잡하고 혜택은 없는 어린이펀드에 굳이 가입할 이유가 있나요?"

새 정부 들어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비롯해 자녀양육을 돕는 정책이 차례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양육비 절감 효과가 있는 어린이펀드에 대한 정책적 지원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어린이펀드는 자금유출로 몸살을 앓았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어린이펀드에서 4511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연금저축펀드에 2조3571억원이, 퇴직연금펀드에 2조6078억원이 유입된 것과 크게 대조된다.

연금펀드와 달리 어린이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이유는 세제혜택 때문이다. 연금저축 및 펀드상품은 현재 연 4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펀드수수료나 연금보험상품에 지급하는 사업비 부담이 소득공제 효과로 상쇄되는 것도 가입자 수를 늘리는데 기여했다.

반면 어린이펀드에는 장기투자를 유도할 만한 인센티브가 없다. 2007년 어린이펀드에 원금 4000만원 한도로 비과세 또는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고, 2008년에도 비슷한 법안이 올라갔지만 세수감소를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펀드를 퇴직연금이나 재형저축처럼 범국민적인 자산관리 상품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비와 학자금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을 경우 인생 후반에 복병이 될 수 있어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지난달 분석한 '은퇴 이후 5대 리스크'에는 '미혼자녀'가 포함됐다. 학자금·독립비용이 준비되지 않은 자녀는 월평균 9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며 부모의 노후를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펀드가 '연금펀드'와 같은 위상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저금리 기조로 저축만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세금을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날로 늘어나는 세출의 원인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어린이펀드에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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