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5억원짜리 펀드매니저를 만들 겁니다."
창의투자자문사에서 대신자산운용으로 옮긴 서재형 대표가 첫 만남에서 한 말이다. 15억원이면 고액 연봉으로 둘째라면 서러워할 외국계 투자은행(IB) 임원의 연봉을 상회하는 액수다.
당장 자리걱정을 해야 하는 매니저가 많은데 무려 15억원이라니. 대형도 아닌 중소형 자산운용사 대표가 '춘몽(春夢)'을 얘기한 배경은 이렇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가 발표한 '2013 한국직업전망'에 따르면 세일즈업종(영업·판매 관련직 및 금융·보험 관련직 일부 포함)에 해당하는 25개 직업 중 펀드매니저의 지난해 평균연봉(해당직업 종사자의 중간 수준)이 70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수익률로 승부하는 펀드매니저를 세일즈업종으로 분류하는 게 적합한지는 추후 논의로 미루더라도 일단 업종 내 연봉 1등이란 점은 애널리스트와 함께 '금융투자업의 꽃'으로 불리는 펀드매니저 명성에 부합한다.
하지만 적자를 본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가 많아지면서 매니저의 몸값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굳이 펀드 수익률이 나빠지는 증시 불황이 아니라 해도 매니저의 몸값은 애널리스트의 평균 연봉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보다 자문사와 부띠끄를 포함해 운용인력 숫자가 더 많다보니 몸값도 '수급 논리'를 따라간다.
그렇다고 운용 펀드 수익률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도 여의치 않다. 대표 1인이 스타매니저인 자문사와 달리 증권사의 자회사인 자산운용사는 체계상 특정 펀드매니저만 차등 보상하기가 어려운 문화다.
하지만 서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애널리스트와 달리 펀드매니저의 과거 수익률은 평생 따라 다닌다"며 "책임의 무게가 큰 만큼 그에 맞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어려울 때 중소형 운용사는 오히려 호기를 찾을 수도 있는 만큼 좋은 인재를 모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길게 보지 않으면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것.
대신자산운용은 헤지펀드와 글로벌운용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신규 인력을 뽑은데 이어 추가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가치투자의 대명사인 신영자산운용도 타사가 인력을 줄이고 있는 와중에 운용역 2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이들 중에 고객들이 함박웃음을 띄울만한 높은 수익률을 선사해 수년 내 연봉 15억원짜리 스타매니저가 등장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