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중국 1등·모바일 콘텐츠·미국에 돈이 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설립 후 지난 5년간 성과는, 규모를 따지는 사람들에겐 하찮게 보일 것이다. 출시한 지 5년 된 3개 주식형 펀드의 총 설정액은 1181억원에 불과하다. 설정액이 1조원이 넘는 공룡 펀드가 20개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초라한 성적표다.
하지만 에셋플러스가 지난 5년간 거둬온 성공은 작지 않다. 어떤 은행이나 증권사도 통하지 않고 펀드를 직접 판매해 꾸준히 설정액을 늘려온 점, 5년간 펀드를 키워오며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수 있는 펀드’를 만들자는 목표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판매 채널 없이 설정액을 늘려올 수 있었던 것은 수익률이 좋다는 입소문과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54·사진)의 발로 뛰는 고객과의 소통 덕분이었다. 코리아리치투게더와 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는 5년간 누적 수익률이 78.6%와 60.6%에 달하고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차이나리치투게더 펀드도 5년간 16.3%를 성과를 올려 벤치마크인 MSCI 중국 지수(-12.3%)를 크게 웃돈다.
강 회장은 최근 향후 5년 간 투자자들을 부자로 만들어줄 주식시장 메가트렌드로 중국 내수 1등 기업, 모바일 디지털 생태계에서 ‘끼’를 유통시키는 기업, 미국의 구조적인 재부상 등을 제시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아 강 회장을 만나 이 3개 트렌드가 갖는 의미를 들었다.
-최근 중국 경제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성장률이 7%를 밑돌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지금 중국에 투자하라니 의외입니다.
▶중국 경기가 안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기는 정치인이나 경제 관료가 신경 쓸 문제고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만 보면 됩니다. 저는 중국의 경기 침체가 오히려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을 촉발시켜 우량 기업은 더욱 시장 지위가 강해지는 호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국 성장률이 떨어질수록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2배가 늘었습니다. 지금 7.5% 성장률은 2007년 경제 규모에서 보면 15% 성장률에 맞먹는 겁니다. 규모가 커졌는데 계속 이전과 같은 속도로 빨리 달리라고 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중국 경제는 이제 수출 주도에서 내수 주도로, 투자 위주에서 소비 위주로, 요소 투입형에서 효율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 이런 변화 속에서 통증이나 성장통이 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주주로서 저희가 할 일은 이런 통증을 즐기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겁니다.
-중국 경기가 어려워도 내수시장 1등 기업은 고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인가요.
▶그렇죠. 저는 경제가 안 좋을 때 오히려 그 불황을 즐기는 기업을 찾습니다. 시장은 흥분과 공포 사이를 늘 왔다갔다합니다. 그런데 흥분할 때는 주주 입장에서 먹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공포가 지나간 후 최후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승자로서 몫을 가져가는 것이 바로 시장의 질서입니다. 주주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을 즐길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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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디지털 생태계는 5년 전에도 강조하신 트렌드인데요.
▶문제는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5년 전에는 모바일 디지털 생태계가 구축되는 시기였습니다. 유선전화는 1가구 1대의 개념이었는데 이게 휴대폰이 나오면서 1인 1대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러다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1인 멀티 모바일 시대가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이 때는 모바일 기기가 폭발적으로 팔리면서 모바일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업체가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은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가수 싸이나 소녀시대처럼 모바일 생태계에서 ‘끼’를 유통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돈 버는 시대가 된 겁니다. 고속도로를 깔 때는 시멘트회사 이익이 급증하지만 고속도로가 깔리면 거기를 달리는 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이런 변화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가 지금 분기에 1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그 막대한 영업이익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는가를 봅니다. 모바일 디지털 생태계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기기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투자자들은 높은 가치를 쳐주지 않는 거죠. 지금 투자자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프리미엄을 주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는 막강한 소프트웨어, 콘텐츠 기업입니다.
-그런데 왜 정보 유통이 아니라 끼입니까?
▶이제 정보는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단순한 정보만으로는 고객들에게 추가적으로 줄 수 있는 가치가 크지 않는 거죠. 정보를 활용해 뭔가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야 가치가 생깁니다. 네이버도 앞으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 유통시키느냐에 따라 투자자들로부터 다른 프리미엄을 받을 겁니다. 미디어 기업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시간적 가치를 주는 즉시성을 갖추거나 정보에 해석이나 관점을 담아 전달해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가치투자자로 알려졌지만 기업의 자산가치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기업이 자신 자산을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이 지금 주가, 시가총액과 비교했을 때 얼마냐를 따지는 겁니다. PBR은 결국 청산가치를 보는 건데 저는 오늘 주식을 사서 설사 내일 팔게 된다고 해도 그 기업의 영속적인 주주가 된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삽니다. 그 기업의 주주가 된다고 생각하면 기업을 팔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돈보다 미래에 창출될 현금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PBR은 아예 보질 않습니다.
대신 이익과 주가를 비교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봅니다. 문제는 PER을 얼마 주는게 적절한가 하는 점인데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기업이라면 PER을 20배. 30배 줘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리고 PBR은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전혀 쓸데없는 개념입니다. 구글을 보면 자산이 뭐가 있습니까. 토지나 공장, 생산설비가 없어요. 청산가치를 따지면 사무실 빌딩과 중고 서버와 컴퓨터들일 텐데 투자할 때 구글의 PBR을 본다는 거는 쓸데없는 일이죠.
-미래의 현금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요.
▶지금은 그게 더욱 어렵습니다. 옛날에는 기업의 회계장부를 보고 가치를 측정해 주식 투자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회계장부만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싸이 소속사의 회계장부를 봐서는 싸이가 그토록 높은 몸값을 받는 이유를 알 수가 없는 겁니다. 경제학에서 생산의 3대 요소를 토지, 자본, 노동력이라고 하고 그 생산요소가 창출한 가치를 기록해 놓은게 회계장부인데 지금은 그 3대 생산요소 외에 하나가 더 있는거 같아요. 모바일 디지털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랄까 하는 거요.
그래서 저는 사업모델을 제일 열심히 연구합니다. 이 사업모델은 앞으로 계속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지 따지는 거죠. 예를 들자면 피트니스 센터 같은 경우는 회원이 늘수록 고객이 누릴 수 있는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네이버의 지식검색은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즉 고객이 늘어날수록 가치가 커집니다. 이처럼 고객이 더 많은 고객을 불러오는 사업모델, 시간이 만들어주는 진입장벽이 있는 사업모델, 이런게 뭘까 고민합니다.
-앞으로 미국의 재부상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요.
▶미국이 지금 살아나는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저는 미국이 구조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봅니다. 우선. 주주 관점에서 볼 때 미국에는 좋은 기업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 씀씀이가 커질 중국의 소비자들조차 미국 기업이 대부분 가져가고 있습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코카콜라, 존슨앤존슨, KFC를 보유한 얌브랜즈, 이런 미국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모바일 생태계의 소트프웨어 기업도 미국에는 얼마나 많습니까. 인구구조도 이상적입니다.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이 경제활동인구를 자본재와 결합시켜 생산성을 높여야 좋은 인구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인구가 2억명이 넘는 국가 중에서 생산성 높은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게다가 모바일 생태계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는 대부분이 영어입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전통적인 자산증식 수단이었던 부동산 경기가 극히 부진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는 고도 성장기를 지나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어느 국가나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면 순차적으로 금리가 떨어지고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내려가고 주가 수익률도 낮아지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가 들어 역모기지를 이용하면 부동산시장의 최대 수요자가 최대 공급자로 바뀝니다.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토지가 주는 부가가치도 떨어집니다. 이제는 땅이 없어도 사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 콘텐츠 기업이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세상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중국을 비롯해 한국을 오가는 외국인들이 많아질 테니 이런 체류형 인구에 맞는 부동산, 또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겨냥한 부동산은 유망하겠죠.
-지난해 말부터 증권사에서도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데 직판은 포기한 겁니까.
▶우리 밖에 직판을 하는 곳이 없어서 우리가 직판으로 유명했는데 직판은 에셋플러스가 변치 않고 지키겠다는 원칙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3대 원칙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첫째가 경영의 원칙으로 소수 펀드 원칙입니다. 펀드를 많이 만들지 않고 소수 펀드에 주력해 유산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둘째가 투자의 원칙으로 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1등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입니다.
마지막으로 소통의 원칙입니다. 고객과 충분히 소통해 고객이 우리 펀드를 이해하고 지금 우리가 하는 투자가 무엇인지 파악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처음 공모 펀드를 시작할 때 고객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직접판매를 선택했는데 이제는 이메일은 물론이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직판하지 않아도 소통의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