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최근 신흥국 경제위기가 주는 교훈

[MT시평]최근 신흥국 경제위기가 주는 교훈

이승호 기자
2013.08.28 15:04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그 동안 풀어왔던 돈을 곧 회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일부 신흥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 아직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실행되지도 않았는데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는 큰 폭의 외자 유출이 발생하며 주가 및 통화가치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위기 가능성은 물론 신흥국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도 위험한 신흥국의 하나라고 얘기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위기가 닥친 신흥국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수년간 외자유입 규모가 매우 컸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다양한 형태로 유입되면서 경제에 거품을 형성해 왔다. 과도한 외국 돈에 의지한 채 마치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는지 모른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주가와 집값이 오르는 것에 도취해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소홀해 왔다. 저금리 기조에 편승한 채권 투자자금이 유출로 반전되면서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인도의 경우에는 그간의 경제 호황을 등에 업고 해외은행에서 차입이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도 크게 증가했다.

이들 국가의 경제 펀더멘탈도 양호하지 못하다. 대규모 외자유입에 대한 거시정책적 대응이 적절치 못했던 까닭이다. 많은 국가들이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거나 흑자폭이 급감했다. 수입은 늘어나는데 해외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수출은 제자리걸음이다. 원자재 수출비중이 큰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경제구조가 고도화되지 못한 채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을 피해가기 어려운 모습이다. 최근 경상수지가 호조를 보이며 경제가 청신호를 보이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과 대조된다.

그 결과 아시아 위기국의 경제성장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래 경제전망이 어둡고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니 외자가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것도 가장 취약한 국가부터 먼저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국제자본의 속성이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상황은 긍정적이다. 외자 유입은 상당부분 우리나라 국채 등 장기물에 투자되고 있다. 은행 차입에 주로 기인한 단기외채 비중은 30% 이하로 하락하는 등 외채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경상수지는 금년 중 사상최대 흑자가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보유액은 비상시 유동성 지원에 걱정이 없다.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으나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제 신용평가사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의 위기에서 보듯이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대한 완충장치의 마련, 양호한 기초경제여건의 유지, 위기대응 능력의 배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위기는 또 언제 어떤 양상으로 우리 경제를 위협할지 모른다. 우리나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며 이들 신흥국의 위기 원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선진국의 출구전략과 더불어 국내외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투자는 더욱 위축되고 저성장 우려 속에 성장잠재력을 해칠지 모른다.

세계 경제가 돈을 회수해도 회복세를 지속할지도 의문이다. 중국의 경기둔화, 일본 아베노믹스의 불확실성이 우리 가까이 있다. 이 경우 내수기반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만으로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지 걱정이다. 우리의 외환시스템을 돌아보고 튼튼한 경제 펀더멘털을 지속하는 게 최선이다. 앞으로는 신흥국에 위기가 닥쳐도 한국은 언제나 다르다는 말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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