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저와 초저금리를 피해 고수익을 찾는 일본계 자금이 국내 기업의 자금줄로 떠오르고 있다. 엔화 향방에 국내 회사채 발행기업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27일 국제 금융시장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다음달초 500억엔(약 54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예정이다. 사무라이본드는 외국 정부나 기업이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엔화표시채권을 말한다. 포스코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은 2011년 10월 이후 2년여만이다.
포스코는 국내 신용평가사에 비해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가 부여하는 신용등급이 상당히 낮다. 그럼에도 굳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이유는 일본 아베 정부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약세와 초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며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기업 회사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 그만큼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사무라이본드 2년물을 연 0.75% 수준에 발행했다. 현대캐피탈과 신용등급이 'AA+'로 같은 JB금융지주가 지난달말 국내에서 발행한 회사채 2년물 금리는 3%대였다. 현대캐피탈은 당초 사무라이본드를 200억엔 규모로 발행하려다 300억엔이 넘는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물량을 250억엔(약 2700억원)으로 늘리는 성과도 거뒀다.
국내에서도 일본계 자금의 향방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계 자금이 회사채 발행 성패의 변수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9월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5년물과 7년물을 발행한KT(61,700원 ▼300 -0.48%)의 경우 일본계 한 대형은행이 5년물에 1500억원의 대규모 주문을 내면서 발행금리가 희망금리 범위보다 0.02%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롯데알미늄도 지난 8월 500억원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서 한 일본계 금융사가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금리 평균)보다 0.08%포인트 낮은 금리로 500억원 전량을 인수하겠다고 나서 이자 부담을 크게 줄였다.
반대 사례도 있다. 롯데물산은 다음달 2일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 25일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전통의 아군'인 일본계 투자자들의 외면 받았다. 결국 희망금리 범위내에 들어온 주문이 전혀 없는 유효수요 '제로'로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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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지난 9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3년물을 발행하면서 기대와 달리 일본계 자금이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자 뒤늦게 희망금리 범위를 높여 발행물량을 채웠다.
시장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계열사처럼 친숙한 기업이나 우량기업 위주로 들어오던 일본계 자금이 풍부한 유동성과 엔저 현상을 타고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며 "일본계 자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자금 동향과 수요 파악에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