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사상최대 경상흑자의 이면

[MT시평]사상최대 경상흑자의 이면

이승호 기자
2013.12.26 06:00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630억달러 내외로 사상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경상수지는 16년째 줄곧 흑자를 보여 왔으나 규모가 이렇게 확대된 것은 작년 이후이다. 상품수지뿐만 아니라 서비스수지와 이자수입과 같은 소득수지도 모두 흑자를 보였다. 내년중에도 올해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큰 폭의 흑자가 예상된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외채구조 개선, 외환보유액 증가가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도 한층 높아졌다. 올해 일본 아베노믹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 등 갖가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및 채권을 준안전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외화자금 이탈로 일부 아시아 신흥국들이 흔들릴 때에도 우리나라의 금융안정성이 유지된 것은 경상흑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상최대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향후 우리 경제운용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대규모 경상흑자로 원화환율의 하락압력이 커지고 있다. 올 6월 말 1161원까지 상승했던 원/달러환율은 이후 100원 가량 하락하며 다른 신흥국 통화와 대조를 보였다. 당장 내수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수출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일본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어 원/엔환율의 하락속도가 빨라지며 그간 환율 덕을 톡톡히 보았던 일부 기업들의 볼멘소리도 높다.

그러나 두 나라 환율의 추세적 흐름을 보면 지난 30여년간 엔화는 250엔대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오다 최근에야 다시 100엔대로 올라선 반면 원화는 반대로 과거 외환위기 이전 700~800원대에 비해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해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 등 양호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 어느 정도 원화의 강세가 나타나더라도 우리나라의 대외부문이 감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이다.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경상수지 흑자가 갖는 경제적 함의에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그 나라의 총소득에서 내수를 뺀 것으로 통상 저축과 투자의 차이를 말한다. 다시 말해 그 나라 경제가 생산한 만큼 국내에서 활용되지 않고 대외자산으로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경우 경제주체들은 지금 저축을 늘려 미래에 대비하든지 아니면 투자를 줄이고자 하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경기의 침체기에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보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큰 폭의 경상흑자가 내수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고 수입 감소는 내수를 더욱 위축시켜 대내외 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자본재 수입과 맞물려 있는 국내투자는 전년의 마이너스에서 겨우 벗어난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재촉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의 이면에 새로운 성장동력의 결여와 장기 저성장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지 모른다.

과거 일본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급격한 엔고 이후 자산버블 붕괴 등으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산업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미 주력수출품의 생산기지가 상당부분 해외로 이전돼 있고 그 과실로 경상수지 흑자는 더욱 구조화되고 있으나 반면 내수에 기반을 둔 성장엔진은 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출과 내수가 균형있게 발전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를 살리는 실질적인 노력이 긴요한 때다.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투자의욕이 다시 불길처럼 살아나게 해 기업의 잉여자금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뀌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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