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 중 최대 23억원 내야 하는 곳도 있어···거래소, 업계 사정 감안해 납부일 연장 방안 검토
한맥투자증권 사고 여파로 금융투자회사 한 곳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최대 2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체일로를 걷는 업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을 제외한 파생상품시장 결제 회원사 58곳이 오는 3월말까지 한국거래소에 납입해야 하는 손해배상공동기금 평균 납부금액이 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납부해야 할 기금 규모가 가장 큰 S사의 경우 23억원을 거래소에 납부해야 한다. 이와 규모가 비슷한 수준의 파생상품 거래 실적을 낸 금융투자회사들이 내야 할 평균 금액도 1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회원사들이 '남의 집 일'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손해배상공동기금 때문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원사들은 증권·파생상품시장에서 매매거래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거래소에 손해배상공동기금을 적립해야 한다.
거래소에 적립된 손해배상공동기금은 증권 부문과 파생 부문이 각각 2000억원씩 총 4000억원 한도로 유지된다. 파생 부문의 경우 각 회원사가 약 10억원씩 의무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총 600억원 규모)과 직전 1년 간 거래증거금 규모에 비례해 납부한 기금의 합(총 1400억원 규모)으로 운용된다.
이번 한맥투자증권 사고로 거래소가 파생 부문 손해배상공동기금에서 거래 상대방들에게 대납한 금액은 총 415억원. 이 중 한맥투자증권 자체 보유 자금 6억원과 거래 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반환받은 6억원 등 완납분을 제외하면 이날까지 사용된 손해배상공동기금은 403억원이다.
한맥투자증권이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돌려 받는 자금이 많아질수록 다른 증권사가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줄어든다. 손해배상공동기금은 당초 2000억원 수준으로 채워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기금 규모에 큰 변동이 없어 회원사들이 부담하는 금액이 매분기 1억~2억원에서 적게는 몇백만원 수준에 그쳤지만 400억원대의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투자회사들은 당장 적자를 모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이 넘는 '생돈'을 토해내야 한다며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대형사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분담금이 직전 1년 동안 거래증거금 규모에 비례해 산출되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증권사일수록 분담금을 많이 납부해야 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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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로 13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충당해야 하는 한 대형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당장 한두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10억원이 넘는 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기금으로 적립해야 하게 됐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 대형사들도 이 정도 금액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맥투자증권은 파산을 모면하고자 거래 상대방을 찾아다니며 수익금 반환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약 300억원 규모의 수익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소재 트레이딩 회사와 반환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도 한맥투자증권의 파산을 막는 동시에 업계가 지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로 한맥투자증권에 대한 공식 검사 일정을 종료한다. 다만 사태가 최종 수습되는 날까지 금감원 직원을 한맥투자증권에 잔류시킬 계획이다. 거래소는 업계 사정을 고려해 당초 이번 달로 예정된 기금 납부 기일을 오는 3월말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