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만경영에 꼬인 거래소 선진화전략

[기자수첩]방만경영에 꼬인 거래소 선진화전략

이군호 기자
2014.01.13 16:22

최경수 이사장이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아 '한국거래소 선진화전략'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거래소 선진화전략은 침체를 겪고 있는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급감하는 수익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담겨있다. 최경수 이사장으로서는 취임 이후 자본시장을 살릴 보따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선진화전략 발표 전 금융위원회와 폭넓은 협의도 가져왔다.

선진화전략의 핵심은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세계로 동반진출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해외연계 거래상품과 거래소를 늘리는 한편 글로벌 거래소처럼 M&A(인수합병)를 통해 외형과 수익을 키우겠다는 복안이 담겨져 있다.

이 글로벌 M&A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원천은 단연 IPO(기업공개)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다. 중국과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 거래소가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M&A에 나서 글로벌 탑티어(Top Tier)로 성장한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글로벌 탑티어 거래소로 성장하기 위한 원천인 IPO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기업 때리기에 시작부터 좌초했다. 방만경영 책임을 묻는 공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공공기관 해제가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

거래소가 IPO를 한 뒤 확보한 자금으로 글로벌 거래소를 M&A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해제가 급선무다. 공기업 구조조정이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렵고 박근혜 정부 내내 이슈가 될 수밖에 없어 거래소가 밝힌 2~3년 안에 M&A전략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물론 거래소의 방만경영은 한해도 빠지지 않고 논란이 돼온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다만 현 자본시장은 깊은 침체의 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본시장의 새로운 모멘텀이 거래소의 글로벌 탑티어 육성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지분하나 없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묶어 재임기간동안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치적에 취하기보다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거래소가 글로벌 탑티어로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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