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환율변동성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MT시평]환율변동성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이승호 기자
2014.01.22 14:22

두 차례 외환 및 금융위기를 경험한 우리나라에서 환율변동의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높은 환율변동성은 금융안정성을 저해하고 실물부문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실물경제가 얼어붙고 구조조정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경쟁력 있는 우리 기업들이 키코(KIKO) 사태를 맞으며 큰 환손실을 입은 바 있다.

최근에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려오는 해외의 각종 부정적 뉴스에 환율이 조금 오를라 치면 경제주체들은 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불안해 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는 반대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00원 가량 떨어지며 연말에는 1055원에 마감됐다.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등 경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된 까닭이다. 경제가 좋을 때 주로 나타나는 환율하락은 언제나 그렇듯 수출채산성 하락으로 성장탄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실로 우리나라에서 환율은 올라도 걱정, 떨어져도 걱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도 대신 아예 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고정시켜 놓은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주장도 들린다. 일견 이해가 가나 우리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가진 자원도 없는 우리 경제가 반세기 동안 이만한 발전을 이룬 것은 수출주도형 경제개발이 성공한 덕분이고 그 결과 우리 경제는 자연스레 대외 개방화와 자유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 때문에 외자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져 자본유출입의 급변동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포기하거나 거스를 수 없는 개방경제체제에서 외자를 원활히 조달하고 통화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환율의 자유로운 변동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환율변동은 경제에 충격이기에 앞서 자율조절기능을 수행한다. 국제수지 적자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경쟁력 향상으로 경제가 다시 활력을 받는다. 반대로 국제수지 흑자로 외환공급이 넘쳐나면 환율이 하락하면서 대외부문의 과열을 막아준다. 마치 중앙은행이 경기의 과열과 침체를 조절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변경하듯이 환율도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면서 자율적인 가격조절기능을 수행한다.

경제위기시 처럼 급격한 환율변동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환율변동성 유지는 시장발전에도 긍정적이다. 환율이 변동하면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거래가 늘어나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돼 외환 및 금융시장의 양적, 질적 발전을 촉진한다. 시장이 발전하고 성숙해지면 웬만한 외부충격을 외환시장 자체가 흡수해 환율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위기대응력도 높아진다.

문제는 어떻게 환율의 단기 급변동을 막고 장기적인 자율조절기능을 높일까 하는 점이다. 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외부충격이나 일시적인 외환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 외환당국이 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완화하여 외환시장 안정 및 금융건전성 제고를 도모하고자 다양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시행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는 예상치 못한 환율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을 뿐 이를 잘 활용하는 데는 소홀해 왔다. 위기에 대한 대비는 더욱 철저히 해 나가되 평상시에는 적절한 환율변동성이 유지되도록 해 시장이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적정 범위내의 환율변동성은 다양한 시장참가자들의 거래를 유발하는 원동력이며 시장이 더욱 성숙해지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수준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외환시장 거래규모를 생각하면 외환시장 발전이 더욱 절실하다. 이를 통해 외부충격으로부터 시장의 쏠림현상을 막고 시장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환율변동성을 줄이고 더 큰 위기에 대응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