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강국, 스러지다

해운강국, 스러지다

강기택 산업1부 차장
2014.01.27 06:46

[우리가 보는 세상]

53년 연속 흑자기업인 대한전선의 2008년 말 기준 자산총계(개별기준)는 3조3944억원이었다. 이 회사가 완전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7대1의 무상감자를 하기 직전인 2012년 9월 자산총계(개별기준)는 2조5609억원. 자산이 3년9개월 만에 8335억원 줄었다.

그나마 4차례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을 했음에도 그렇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대한전선(31,700원 ▲1,300 +4.28%)은 무리한 M&A(인수·합병)와 부동산 매입 등을 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재무구조개선작업을 하면서 빚을 갚기 위해 급하게 자산을 팔다 제값을 받지 못해 자산매각손이 발생했고 부채비율도 되레 악화됐다. 팔아도 팔아도 빚은 줄지 않고, 돈 되는 것부터 처분하다보니 자산의 질도 나빠졌다. 기술투자, 해외시장 개척 등은 언감생심이었고, 오너는 경영권을 포기했다.

지금 해운업계가 당면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해운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을 겪어왔다.

국내 3위 업체 STX팬오션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업계 1, 2위한진해운과현대상선(21,650원 ▲800 +3.84%)은 채권단의 압박 속에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했다. 한진해운이 해외 사옥과 유가증권 등 비영업용 자산을 팔거나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등 등 금융계열사 3곳과 반얀트리호텔을 팔기로 한 게 그것이다.

문제는 두 회사 모두 벌크전용선부문과 항만터미널사업 지분 등을 정리키로 한 점이다. 벌크전용선의 경우 포스코, 한국전력 등 우량고객과 장기운송계약을 해 일정 마진이 보장되는 알짜사업이다.

주력인 컨테이너선에 집중해 회생을 도모한다는 의사결정이기는 하나 한국신용평가의 지적처럼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안정성과 영업경쟁력 저하 요인"이 된다. 물론 살아남기 위해 알짜자산을 파는 건 불가피하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유명한 발언처럼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적정한 가격을 받는 것이다. '헐값 매각→장부상 손실→부채비율 악화→자산매각'의 악순환은 피해야 한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벌크선 전용선 매매계약을 들여다보기로 했다는 얘기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될 수 있다.

채권단이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 그리고 추가 지원을 위해 먼저 자구안을 제시하라고 할 수 있지만 손실을 야기하는 자산처분은 재검토해야 한다.

중국, 덴마크,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이 자국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지원을 한 데 비할 때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던 정부 역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두 회사가 이대로 경쟁력과 직결된 자산까지 내놓고 빚잔치에 나서는 것은 곧 '세계 5위 해운강국'의 침몰을 의미하므로.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