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혁신 딜레마'빠져 기본기 다지기? 판단 일러

"'와우'(wow) 요인이 없다." 출시가 임박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5', 현대자동차의 'LF쏘나타'를 두고 외신에 언급된 촌평의 하나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전략상품에 이런 평가가 붙는 게 일견 달갑지 않다.
'갤럭시S5'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의 5번째 모델로,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공개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를 MWC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은 '갤럭시S2' 이후 3년 만이다.
'LF쏘나타'는 1985년 데뷔한 베스트셀링카 '쏘나타'의 7세대이자 2009년 9월 'YF쏘나타'가 나온 후 4년반 만에 재탄생하는 모델로 국내 중형차 시장까지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두 신제품이 공개무대나 시점이 갖는 이런 상징성에도 소비자들을 놀라게 만들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을 듣는 것은 전작에 이은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 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갤럭시S5'의 경우 직전 모델에 비해 디스플레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해상도 등에 별반 차이가 없다. 'LF쏘나타'의 디자인은 출시 당시 평가가 크게 엇갈린 전작 'YF쏘나타'보다 한층 절제됐다.
하지만 "파격이 없다"는 지적을 너무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두 제품 모두 "기본에 충실했다"는 평도 나와서다. 이는 두 회사 역시 강조하는 대목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은 "'갤럭시S5'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기대하는 본연의 기능을 가장 충실히 완성한 스마트폰"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LF쏘나타' 미디어설명회에서 '잘 달리고, 잘 서는' 차량의 기본성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했다고 우선 소개했다.
여전히 R&D(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들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일종의 '혁신의 딜레마'에 빠져 기본 다지기로 돌아섰다고 보기도 이르다. 이 딜레마는 앞선 기술로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일정 시점이 지나면 고객을 지키기 위해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만 주력, 상대적으로 소수의 열광을 받을 혁신기술을 내놓지 않다 결국 후발기업에 시장을 잃는 현상을 말한다.
글로벌 '빅3'에 들지 못한 현대차로선 안주할 여지가 아직 없고, 스마트폰 수위 자리를 차지한 삼성 역시 치열한 경쟁 탓에 언제든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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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유럽디자인센터를 방문해 "주행성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데, 디자인 역시 이와 함께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각별히 당부했다. 신종균 사장도 MWC 개막 직전 기자들과 만나 "'졸면 죽는다'는 예전 버전이고 이제 '굼뜨면 죽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면서 한 말이지만 자만하지 않고 혁신에 매진해 진정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각오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주력 모델의 기본부터 충실히 다지려는 것은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니즈나 치열한 특허분쟁, 경제의 불안한 회복, 당국의 규제 강화 흐름 등을 두루 감안한 선택으로 읽힌다. 스마트폰의 가격민감도는 이전보다 커진 상태다. 자동차는 안전성이나 연비 규제 등이 세졌다. 파격적인 기능에 매료돼 제품을 바꿀 만큼 소비자들의 주머니사정도 넉넉지 못하다.
'갤럭시S5'와 'LF쏘나타'의 새로운 전략은 글로벌 경기의 현주소다. 이들이 흥행을 이어가면서 경제도 살아난다면 "와우"를 연발할 제품을 낳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