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장중 변덕을 부리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나쁘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1015원까지 떨어졌지만 원화절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여유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20거래일째 '바이코리아'에 나서며 3조4674억원 어치 주식을 장바구니에 담아 왔다는 점은 투심을 든든하게 한다.
투신권이 최근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펀드 환매 압력도 크게 낮아졌다. 투자자들이 느끼는 2000선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히 줄어든 모습이다.
문제는 얼마나 우리 증시가 상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감의 강도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저렴하다고 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빠르게 늘어나야 주가 상승을 합리화할 수 있는데 아직 본격적인 이익 모멘텀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익 증가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시장은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한 우량종목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연초 이후 낙폭이 컸던 종목들이 '가격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가격논리를 기반으로 기관 및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를 유인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10일 장중 주가가 19만2500원까지 올랐던 메디톡스는 지난 9일 장중 11만2400원까지 떨어졌다. 5개월 만에 주가가 41.6% 빠진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속에서 지난 10일 7.23% 오른데 이어 이날도 4.39% 상승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7일 4만26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이달 5일 3만300원까지 떨어지며 3개월새 28.9% 하락했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이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단기간 내 16%나 올랐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 3일 장중 15만9500원을 기록하며 올해 초 고점 대비 37% 빠졌다. 하지만 외국인이 최근 11거래일째 순매수를 계속하고 있고 지난 9~10일 기관도 '사자'에 나서면서 최근 3거래일째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하다. 올해 초 16만2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 5일 12만3500원으로 24% 하락했다.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최근 3일째 주가가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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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역시 지난 5일 기준 연초 고가 대비 24.2%나 하락한 종목. 지난 9일 이후 기관이 대규모 순매수를 시작하면서 주가는 최근 3일째 오름세다.
현대제철과 만도도 올해 초 고점 대비 주가가 각각 25% 정도 빠졌던 종목들이다. 그러나 최근 3거래일동안 기관 매수세가 집중되며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코스닥 시장의 SK브로드밴드, 파트론 등도 유사한 가격논리에 의해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시장에서 눈에 띄는 다른 특징은 소재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소재주는 그동안 증시 반등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대표적인 소재주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고개를 들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
시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살리고 싶어 한다. 2000선의 박스권을 돌파할 새로운 힘을 찾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당국 차원의 '깜짝 선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할 경우 증시가 큰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통화정책을 통해, 신흥국은 개혁을 통해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그러나 통화정책 측면이나 성장을 위한 개혁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책에 따른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결국 시장 내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빠졌던 우량종목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