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네 마녀의 날을 별 탈 없이 넘겼던 우리 증시가 '13일의 금요일'을 맞아 1% 넘게 하락했다. 최근 수상한 움직임을 보여왔던 외국인이 13일 코스피 시장에서 2545억원 순매도로 돌아서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21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록도 이날로 멈춰섰다.
한 고비를 넘긴 줄 알았던 우리 증시가 이날 급작스레 하락하자 투자자들은 당황했다. 2020선을 향해 달릴 줄 알았던 코스피 지수는 장중 1980선까지 밀려 내려갔다.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던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장중 고객들에게 삼성전자 매수를 권유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가 집중됐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3.26% 급락하며 한달 만에 다시 130만원대로 밀려났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의 주 원인은 이라크 내전 확대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 확대다. 시장이 이라크 내전 상황에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 유가 때문이다.

이라크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ISIL(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의 세력 확장이 지정학적 긴장감을 높이면서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국제 원유시장에서 WTI 원유 선물은 2.04% 급등한 106.53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105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9월19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무력 충돌이 이라크 내 원유 생산 시설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러나 정권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주변국까지 이슬람 종파 간 갈등이 다시 확산된다면 중동 원유 공급의 불안정성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지난해 993억원의 원유를 수입했고 이라크산은 9.3%인 92억 달러 규모로 올해 1~4월 누적수입액 기준으로 이라크 비중은 7.6%"라며 "이라크 원유생산이 차질을 빚게 된다면 적지 않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이라크 사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리스크보다 이라크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을 공산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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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리스크의 경우 교역이나 금융시장 연관성면에서 국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글로벌 자금 흐름 및 EU 경기를 통해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였다. 그러나 이라크 리스크의 경우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사 밀해 우리 경제가 유가 흐름에 가장 민감한 경제권에 속해 있어 이라크 사태를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는 것.
이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강세 현상이 국내 수출 등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마저 급등할 경우 국내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뜩이나 힘든 내수 경기에도 유가 급등은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경제환경의 변화 이슈"라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마찬가지로 이번 이슈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이 그동안 많이 샀던 종목들을 팔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낙폭이 컸다"며 "이날 외국인 순매도는 이라크 사태에 따른 것으로 일회성일 가능성이 커 단기적 이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사태의 결말은 현 상태에서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투자자들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국제유가를 다시 챙겨야 할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