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과 토종 PEF

[기자수첩]국민연금과 토종 PEF

박준식 기자
2014.08.18 08:37

몇 달 전 시내 모처에서 국내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대표 7명이 어렵게 모였다. 자리는 사실상 국민연금이 마련했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취임한 후 업력이 상대적으로 오래된 대표들에게 업계의 의견을 물으려는 취지였다.

모임의 동기는 시장과의 소통이었다. 하지만 화기애애하던 자리는 결론적으로 본전도 못 찾고 끝이 났다. 흉금을 터놓자던 자리가 불신으로 점철돼서다.

국민연금은 일단 국내 운용사들을 지적했다. 몇몇 투자의 사후관리가 상당히 부실하단 문제였다. 일부가 그럴듯한 계획으로 돈을 받아가서 수년이 지나 투자 원금을 잃을 수준에 처한 것이다. 최근엔 토종 운용사의 수천억 원 투자 건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기도 했다.

은행권 출신의 홍완선 본부장은 취임 후 PEF 투자들에 관한 중간 결과를 살폈다. 그런데 적잖은 수가 실패라 부를 만큼 망가져 있었다. 연금이 집계한 PEF의 총 가수익률은 현재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한다. 연 15~20%를 기대한 PEF 대체 투자가 좀 높은 수익률의 채권 투자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화제는 운용 수수료로 이어졌다. 현재 1%를 웃도는 블라인드 펀드의 수수료를 투자 전까진 0.8% 수준에 맞추고 투자를 완료한 자금에 대해서는 1.2%를 주는 방안이 제기됐다. 그런데 일부 운용사가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실적이 있는 곳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취지였는데 일부 운용사가 수수료를 더 깎으면 죽는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비공식 모임이 끝난 후 국민연금은 올 하반기에 국내 운용사들에 집행하려던 1조원 가량의 투자를 취소하고 해외 투자로 대체했다. 운용사들 일부는 PEF협의회라는 사실상의 이익단체를 만들어 국민연금과 상대하겠다고 나섰다. 이 어색한 대치 상황은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PEF 운용사들을 좀더 배려하지 못하는 국민연금이나 국민연금과 맞서겠다고 이익단체를 만들겠다는 PEF 운용사들이나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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