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강국 코리아]전체 퇴직부채는 수십조 추산...시외적립 비중↑, 퇴직부채 대란오나

정부가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에 나선 가운데 기업들의 퇴직부채 규모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퇴직부채가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미국 GM 사태처럼 국내에서도 퇴직부채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퇴직부채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미리 약정한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서 기업이 지급해야 하는 퇴직급여와 이를 위해 기업이 외부에 적립해놓은 퇴직급여 사이의 차액을 말한다.
2일 머니투데이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의뢰해 코스피200지수 편입 기업들의 퇴직부채(확정급여채무)를 조사한 결과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175개사의 퇴직부채가 지난해 기준으로 1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퇴직부채 규모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기업들의 지난해 결산 재무제표 주석사항에 기재된 퇴직부채 공시를 집계한 것이다.
175개사의 사외 적립액과 퇴직부채를 합한 퇴직급여 지급 예상액은 2011년 24조원에서 2012년 29조원, 지난해에는 32조원대까지 불어났다. 이중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된 퇴직급여를 제외한 퇴직부채는 2011년 9조7870억원에서 2012년 11조7310억원 늘어난 뒤 2013년에는 11조321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2013년 퇴직부채가 소폭 감소한 것은 기업들의 사외 적립 퇴직급여가 늘었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을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우량 상장기업에서 중소 상장사와 비상장 기업으로 확대할 경우 퇴직부채 규모는 수십조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DB형 퇴직연금은 퇴직시점의 최종 월급여와 근속기간에 따라 퇴직급여액이 결정되고 기업이 이를 책임지고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년 적립하는 퇴직급여에 대해 최소한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운용수익을 내야 한다. 운용수익이 낮아지면 임금상승률에 미달하는 차액이 고스란히 퇴직부채로 쌓이게 된다.
문제는 사외 의무 적립 비율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업 파산 등에 따라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DB형 퇴직연금 자산을 일정 비율 사외 적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난해 60%였던 사외 적립 비율이 올해부터 2015년까지 70%로, 2017년까지는 80%로 높아진다. 정부는 또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에서 2019년까지 사외 적립 비율을 90%까지 끌어 올리고 2020년부터는 아예 100%를 사외 적립하도록 했다. 아울러 현재는 기업 부담을 감안해 사외 적립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2016년부터는 과태료와 명단 공표 등 벌칙을 부과하기로 했다.
한 퇴직연금 사업자 관계자는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은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무게를 뒀는데 기업들의 퇴직부채가 제대로 적립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퇴직부채 문제의 연착륙 방안에 대한 고민이 좀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