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E에 매각계약 직전까지 삼양사 존재 몰라…돈 때문에 임직원 사지로 내몬 꼴

효성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내놓은 페트병(PET) 제조 사업부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PE)와 삼양사가 비밀리에 컨소시엄을 맺어 공동으로 사들였다.
거래를 진행한효성(224,500원 0%)전략기획부서는 공식적으로 삼양사의 거래 참여 사실을 최근까지 알지 못하다가 계약 후에 이를 인지하고서는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PET 사업부 임직원들에 경쟁사 매각이나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며 공언해왔다가 돈 좀 더 받자고 결과적으로 식구들을 사지로 내몬 꼴이 돼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삼양사(48,400원 ▼500 -1.02%)는 지난달 31일 SCPE와 음료수용 페트병 사업 합작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합작은 삼양사의 페트병 사업 자회사인 삼양패키징과 SCPE가 지난달 29일 효성에서 인수해 설립한 아셉시스글로벌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병비율과 조건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삼양사가 SCPE의 효성 페트병 사업부 인수자금 중 일부를 조달하는 방식의 사실상 전략적 투자자(SI)로 들어가는 형태다. SCPE가 2~4년 뒤 지분을 정리할 때 삼양사가 이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를 가지면 사실상 삼양사가 SCPE를 통해 경쟁사인 효성 사업부를 인수한 셈이 된다.
하지만 아직 걸림돌이 남아있다. 효성 전략기획부서는 인수자 측에 임직원들의 매각 및 잔류 동의서를 전체 중 70% 이상 받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삼양사로의 사실상 피인수를 알게 된 PET 사업부 임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사실상 사업내용이 같기 때문에 삼양사가 경영을 맡게 되면 효성 사업부의 수뇌부는 일자리를 잃거나 자신들보다 시장 내 지위가 낮은 이들에 속박되어서다.
삼양사는 전날 페트병 사업을 100% 자회사인 삼양패키징으로 분리했다. 삼양사는 "삼양패키징과 아셉시스글로벌의 합병을 통해 두 회사가 보유한 포장용기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양사의 지난해 페트병 사업부문 매출은 800억원 수준이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다.
아셉시스글로벌로 재출발한 효성 PET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2300억원 규모로 국내 시장점유율(30.5%)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유일의 무균충전방식 페트병 공급업체라는 경쟁력을 내세워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알짜 사업부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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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은 PET 사업부를 지난해 말 매물로 내놨다. 삼양사를 포함해 코오롱인더스트리, 롯데알미늄,LG생활건강(251,500원 ▼3,000 -1.18%)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가격차이로 매각 일정이 지연됐다. 당시 시장가치는 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효성에서는 4000억원대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SCPE는 당초 전략적 투자자들과 비슷한 3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안했지만 효성이 4000억원대를 주장하자 협상을 지연하다가 삼양사라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SCPE는 효성이 동종업계의 거래참여를 기피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굳이 삼양사의 참여전략을 노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SCPE는 정밀실사를 진행한 뒤 삼양사의 지원을 믿고 효성이 원하는 4150억원의 가격을 제시했다 .
거래 관계자는 "SCPE가 삼양사의 거래 참여를 믿고 자금조달 과정 등을 감안해 4000억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것"이라며 "효성 입장에서는 기껏 200억~300억원을 더 받기 위해 임직원들을 사지로 내몬 셈인데 이들이 노동조합 등의 형태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