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PO 추진' SK루브리컨츠 돌연 매각, 왜?

[단독]'IPO 추진' SK루브리컨츠 돌연 매각, 왜?

심재현 기자, 김남이 기자
2015.06.11 06:01

구주 팔면 1조+α, 회사 팔면 2.3조…고민 끝 결단</br>모회사 재무구조 개선·M&A 등 선제 투자 재원 확보 도모

SK그룹이 IPO(기업공개)를 준비해왔던 SK루브리컨츠를 돌연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룹 주력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과 M&A(인수·합병) 합작사업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결단으로 분석된다. 사업 구조조정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IPO보다 매각이 유리한 카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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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SK이노베이션(146,200원 ▼3,600 -2.4%)은 8조원 규모의 순차입금을 연내 6조원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에너지의 포항물류센터 부지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초 IPO를 추진했던 SK루브리컨츠도 최근 몇 년째 뚜렷한 실적 개선세가 보이지 않자 비핵심 사업 부문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2009년 10월1일에 SK에너지의 윤활유 사업이 물적 분할돼 출범했다. SK그룹은 2012년에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SK루브리컨츠의 IPO를 추진하다 실적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자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2012년에 299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3년에 155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2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돼 신규투자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올들어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SK루브리컨츠를 IPO하는 방안이 다시 추진됐다. 지난달 7일 열린 이사회에서 IPO 추진 안건이 통과되고 지난달 14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가 접수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르면 오는 7월에 SK루브리컨츠가 상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IPO 작업이 본격화되는 단계에서 매각으로 돌아선 결정적인 계기는 1분기 실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개선세를 보였던 실적이 올 들어 다시 꺾이자 경영진의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087억원, 4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1%, 31.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1.9% 감소한 297억원, 주당이익은 16.8% 감소한 130만원이었다. 1분기 실적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2013년을 제외하고 가장 적었고 매출액도 2013년을 빼면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IPO에 나설 경우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3년 전에 예상했던 규모보다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SK루브리컨츠의 기업가치를 3조원 정도로 평가한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 50%를 남기고 모두 구주매출로 매각한다고 해도 1조원대에 그친다.

반면 IPO(기업공개) 대신 전면 매각으로 돌아서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또 매각 후에도 지분 25%를 보유하는 구조로 향후 MBK파트너스가 SK루브리컨츠를 상장하면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경영권을 되사올 여지도 있다.

SK그룹이 매각자금을 전액 채무상환에 투입하면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4조5000억원, 부채비율은 70% 수준까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연초 재무개선 계획에서 8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올해 말까지 6조원대로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1분기 말 기준 6조82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든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는 1조원가량만 활용하고 나머지 재원은 미국 석유개발사업 등 해외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사업부를 북미 기반의 자원개발전문회사로 키운다는 계획 아래 내부적으로 'US 인사이더 전략'을 세웠다. 석유화학부문에서도 중국 시노펙 등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작사업을 늘려 중국 수요에 대응하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수립했다. 정유사업의 경우 역내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수출판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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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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