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에반'을 어디 가면 살 수 있을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온 지인이 반가운 인사와 함께 어렵사리 꺼낸 말이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녀봤지만,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변신완구 '터닝메카드'의 캐릭터 중 하나인 에반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 결국 아이의 성화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
터닝메카드는 요즘 '완구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린다. 매장에 제품이 진열되는 동시에 매진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다보니 아이들에게 사주겠다고 덥석 약속을 했다가 정작 제품을 구하지 못해 고생을 하는 아버지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터닝메카드의 이 같은 품귀현상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기쁘겠지만, 무엇보다 한국 완구의 자존심을 높였다는 점에서 기자 입장에서도 뿌듯하다. 그동안 국내 완구시장에서 토종완구가 시장을 석권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다.

완구 시장은 흔히 1등만 살아남는 시장이라고 불릴 만큼 예측이 어렵다. 대규모 마케팅보다 어린이들이 느끼는 재미와 선호에 따라 완구 판매량이 달라진다. 더구나 금세 흥미를 잃는 아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본 반다이의 파워레인저나 요괴워치, 겨울왕국을 비롯해 수십년간 변치 않는 사랑을 받고 있는 디즈니 캐릭터 등 최근 수년간 완구 시장은 수입 캐릭터의 천하였다. 더구나 2013년 인기를 끌었던 변신완구 '또봇'을 만드는 영실업은 홍콩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다가 지난 4월 다른 홍콩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이제부터라도 제2의 터닝메카드를 만들기 위해 고민이 필요할 때다. 터닝메카드의 성공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넘어서 완구와 게임의 융합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수년간 사재까지 털어가며 관련투자를 고집해온 최신규 손오공 회장의 뚝심이 일궈낸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국내의 콘텐츠 투자환경은 원천 콘텐츠인 애니메이션에만 집중돼 있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더라도 완구 등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토종 완구의 선전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콘텐츠 투자환경의 변화를 통해 제2, 제3의 터닝메카드가 등장할 수 있는 토대가 하루속히 갖춰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