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찰스 메릴이 주는 교훈

[기자수첩]찰스 메릴이 주는 교훈

한은정 기자
2015.06.29 14:05

"소비자들이 우유 한 통을 사는데 몇 센트라도 절약할 수 있도록 해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메릴린치의 창업자 찰스 메릴이 미국의 소매업체인 세이프웨이를 운영하던 시절 했던 말이다. '신뢰'를 중시했던 그의 생각은 이후 메릴린치를 운영하는 데에도 혁신적으로 반영돼 수수료는 낮추고 서비스의 질은 높여 주식투자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메릴이 높이 평가받는 또 다른 이유는 투자자 교육을 최초로 실시해 '주식=도박'이라는 미국인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는데 있다. 세이프웨이를 운영할 때 메릴은 우유 한 통을 사는데도 이것저것 따지는 소비자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이나 투자상품은 별 고민없이 골라 큰 돈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국내 금융당국과 업계가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신뢰를 되찾기 위해 '투자자 교육'에 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들을 따라 막무가내로 투자했다 사고가 터지면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진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완전판매 노력뿐만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의 지식 수준도 높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주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이하 투교협)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 국회의원들이 방문했다. 투교협 창립 10주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은 학생들과 함께 금융투자체험을 하고 2018년 새로운 교과편성에 금융교육이 필수과목으로 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투자자 교육과 청소년 금융교육을 지원하겠다는 취임 초기의 다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투교협에 따르면 금융교육이 의무인 영국,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 중·고등학교 경제교육 시간은 전체 교육시간의 0.7%(총 31시간)이고 그 중 금융관련 교육은 2~3시간에 불과하다. 직장인들도 자신의 노후자금인 퇴직연금이 확정급여(DB)형인지 확정기여(DC)형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저금리, 100세 시대가 오면서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투자상품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어 투자자 교육의 필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한국의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건전한 투자방법을 익혀 풍족한 노후를 대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