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컨트롤타워는 1948년생 허창수 회장이다. 허 회장에게는 나이가 두 살 어린 삼촌이 있다. 그는 허만정 창업주의 막내아들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다. 1950년생인 허승조 부회장은 1978년에 럭키금성상사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해 22년 만인 2000년 GS스퀘어 마트사업 대표가 됐다.
그룹과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장자 3세와 2세 삼촌의 관계는 그동안 상당히 격조 있게 유지됐다. 두 사람은 그룹 총수와 그룹 핵심 유통계열사 대표의 관계로 서로 예의를 갖추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이로 지내왔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이 두 사람 사이에서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원인은 인터컨티넨탈로 불리는 파르나스호텔 체인에 있다.
허창수 회장은 최근GS건설(40,750원 ▼800 -1.93%)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GS건설이 보유한 파르나스를 그룹에 넘겨 위기를 극복하기로 했다.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PF(프로젝트 파이낸스) 사업장의 우발채무를 정리하려 현금 확보를 지시한 것이다.
그런데 파르나스의 수탁자로 선택된 GS리테일이 그룹 방침과 별개로 도통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GS리테일의 허승조 부회장은 회사를 피붙이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는데 주 사업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용자산을 8000억원대에 매입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모양새다.
두 오너 일가 경영자 사이의 긴장감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오너 경영체제라고 해도 CEO(최고경영자) 사이의 이견이 노출되고 그것이 합리적으로 부딪히는 것은 일인자의 전횡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집단경영체제 아래에서 한 그룹의 의사결정이 1년이 넘게 지체되고 있다는 것은 비효율적으로도 보인다.
정작 문제는 두 오너가 대립하면서 이 그룹의 실무 경영진이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파르나스의 외부 매각을 공표했던 전문 경영진은 올초 계획을 수정해 내부 이관으로 방향을 바꿨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되자 손을 놓아버렸다. 오너들의 합의로 이뤄질 수밖에 없게 된 사안을 두고 갑론을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긴 하다. 한편으론 이럴 때 속수무책이란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실이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