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관투자자, 거수기 오명 벗을까

[기자수첩]기관투자자, 거수기 오명 벗을까

김도윤 기자
2015.08.24 15:35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상징적인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삼성그룹의 후계 구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리고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

두 사건의 중심에는 국내 기관투자자가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며 합병 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국내 기관투자자의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국내 기관투자자는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었다. 종종 주주총회에서 개별 의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기업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9.11%에 그쳤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은 2.21%로 더 낮았다. 이마저도 이사 및 감사 선임 등이 절반 이상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내 상장기업의 배당성향 및 배당수익률은 해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권리를 포기하고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안팎에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큰 저택에서 집안일을 맡아보는 재산관리인을 뜻하는 말로 기관투자자가 기업과 대화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주주의 권익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개념이다.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국내에선 대기업 오너가 10%에도 못미치는 지분율을 통해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좌우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과도한 경영권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적절한 절차와 형평성, 논리를 담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국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은 신격호 전 총괄회장의 두 아들이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상장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며 국민연금의 지분가치가 수백억원가량 줄었다. 국민연금은 롯데푸드(13.49%), 롯데칠성음료(13.08%), 롯데하이마트(12.46%), 롯데케미칼(7.38%) 등의 주요 주주다. 앞으로 진행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국내 기관투자자가 제 역할을 담당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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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기자

미래 먹거리 바이오 산업을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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