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해 농사 한번에 날리지 않으려면…

[우보세]한해 농사 한번에 날리지 않으려면…

김유경 기자
2016.09.13 09:4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한가위를 앞두고 울산시 울주군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다 갈아엎었다. 농어촌공사의 실수로 염분(바닷물)이 섞인 물을 농업용수로 잘못 공급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다.

태풍과 천문조(달, 태양과 같은 천체의 인력으로 해수면이 주기적으로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현상) 현상으로 해수가 역류했는데 농어촌공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회야강 물을 농지로 공급한 것이다. 추수를 코앞에 두고 1년 농사를 망친 셈이다.

예기치 못한 일에 이같이 막심한 손해를 입는 경우가 금융투자업계에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올해 초에는 홍콩 H지수의 급락 등으로 시장이 시끌벅적했다. 시장이 급변하는 통에 투자자들이 ELS(주가연계증권) 녹인(손실구간진입) 사태를 겪은 것.

증권사 역시 ELS로 조달한 자금을 파생상품으로 헤지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지난 1분기 파생운용 손실은 8304억원, 2분기 870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1조7000억원을 날렸다.

이는 미국 금리 인상·중국 경제성장 둔화·신흥국 경기불안 등 잠재 위험요인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은 결과다.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약한 부분은 또 있다. 사업보고서내 재무에 관한 사항을 들여다보면 증권사들은 여러 소송에 피소돼 있다. 피소된 사건들 중에는 손해배상청구금액이 1건당 100억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KT ENS의 거액 사기사건(KT ENS 고위 간부가 협력업체들과 짜고 세금계산서 등을 조작해 대출 담보였던 매출채권을 허위로 발행)에 휘말리며 하나은행에서 청구한 매출채권 지급보증금을 내준 게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두 증권사는 두달치 순이익을 까먹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80억원으로 월평균 순이익이 18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KT ENS의 담보대출 지급보증금 청구 소송 2심에서 패소하며 371억원을 상환, 두달치 순이익을 날렸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같은 이유로 168억원을 상환하며 두달치 순이익이 증발했다. 리스크 관리 소홀로 약 3700명이 두달간 고생해 번 돈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매출채권 담보대출(ABL) 확인 준수 의무'가 하나은행에 있다고 계약서에 명기돼 있는 만큼 하나은행에 책임이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상환한 금액을 되돌려 받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10건의 소송사건 중 사모펀드의 자산관리 위탁 계약과 관련해 위탁사 내부 횡령으로 피소된 99억5000만원 규모의 소송에 대해 1심 패소 후 항소를 진행중이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장중 2070선도 넘었지만 증권사나 개인투자자들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코스피지수도 12일 2% 넘게 급락하며 2000선을 하회했다.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지만 리스크 관리를 못하면 증권사나 개인투자자나 앞에서 벌고 뒤에서 밑지는 헛장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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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김유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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