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내가 샀다" 증권맨들의 '명절 증후군'

"알면 내가 샀다" 증권맨들의 '명절 증후군'

하세린 기자
2017.01.27 09:53

'종목 추천' 금기 발언 1순위…연휴 때 출근해야 하는 부담도

지난 9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90포인트(0.45%) 내린 1967.81을,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35포인트(0.34%) 내린 691.82를 나타내고 있다.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흘간의 황금 연휴에 있었던 4월 미국 고용지표와 중국 수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영향을 받아 동반 하락했다. 2016.5.9/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9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90포인트(0.45%) 내린 1967.81을,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35포인트(0.34%) 내린 691.82를 나타내고 있다.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흘간의 황금 연휴에 있었던 4월 미국 고용지표와 중국 수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영향을 받아 동반 하락했다. 2016.5.9/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대형 증권사에서 6년간 재직한 30대 A씨는 명절에 고향 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갑갑하다. 이전에 종목 추천을 해줬다가 명절 때마다 "너 때문에 손해봤다"는 숙부를 볼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힌다. 농담으로 넘겨받는 것도 한두번이지 몇년째 반복되니 화가 난다.

명절 연휴 때 '종목 추천'을 해달라는 부탁에 스트레스를 받는 증권사·금융사 직원들이 늘고 있다. 모처럼 나흘 연속 계속되는 연휴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일에서 해방되고 싶지만 친척들은 자꾸 일 얘기만 물어본다. 일종의 '증권맨 명절 증후군'이다.

증권가 경력 6년차인 M씨도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식을 추천해달라는 얘기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그는 "말해주는 건 괜찮은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면 왜 (주가가) 빠지냐며 따지는 경우가 있다"며 "솔직히 업무에 치이다 보면 매도 시점까지 챙길 순 없다. 보통 사람들이 잘되면 자기가 잘한 거고 빠지면 추천해준 사람 탓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를 걸 알았으면 내가 사지'라는 생각을 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4년차 애널리스트 K씨는 "프로(기관투자자 등)들에게는 종목 추천을 하지만 친척들에게는 절대 추천을 하지 않는다"면서 "프로들은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지인들은 우리 말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경력 16년차의 한 베테랑 애널리스트는 "내 철학이 주변 사람들에게 종목을 추천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애널리스트들은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있어서 사전정보 제공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종목 추천을 절대 안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연휴'에 일을 해야 하는 증권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연휴에도 해외 증시는 돌아가고 국내에서도 실적 시즌이 겹쳐 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연휴가 끝나는 다음날 바로 분석 리포트를 내놔야 하는 애널리스트들의 고초가 심하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임원은 "실적 시즌이라서 직원들이 다 쉬지는 못하고 특히 실적이 나오는 종목들은 코멘트를 해야 해서 월요일에 출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친구들은 평소에도 장이 24시간 돌아가니까 잘 때도 불편하다"며 "퇴근해서는 유럽장, 유럽장이 지나고 나서는 미국장을 봐야 하니까 항상 대기모드"라고 말했다.

외국계 IB에서 M&A 자문 업무를 담당했던 L씨는 "아무래도 자문사가 완벽한 '을'의 입장이다 보니 클라이언트들이 연휴가 끝나면 바로 검토 자료를 볼 수 있도록 준비하려면 명절이나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남들이 풀로 쉬는 연휴를 잘 못느낀다"고 했다.

금융권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며 조롱 섞인 말을 건네는 경우도 있다. 증권가 경력 6년차로 현재 국내 대형 금융투자 회사에서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는 C씨는 "증권사 다니고 주식 얘기를 많이 하니까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 혼자서 추측하고 떠벌리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쏘라고 하기도 하는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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