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최고치 불구…韓 발목 잡는 강달러·고유가

美 사상 최고치 불구…韓 발목 잡는 강달러·고유가

진경진 기자
2019.04.24 16:15

[내일의 전략]원/달러 환율 1150원 돌파하며 연내 고점 경신…한미 증시 동조화 어렵다 평가도

미국 증시가 1분기 양호한 기업 실적 발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국내 증시는 출렁이고 있다. 강달러, 고유가, 실적 부진 등이 코스피 지수의 발목을 붙잡으면서 미국 증시와 차별화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19.48포인트(0.88%) 내린 2201.03에 장을 마쳤다. 간밤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 소식에 상승 출발한 지수는 돌연 장중 1% 넘게 떨어지며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LG디스플레이(11,960원 ▲330 +2.84%)가 기대 이하 실적을 발표하면서 경계심이 커진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150원을 돌파하는 등 달러 강세까지 나타나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공개된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IT(정보기술) 업황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면서 지수 급락을 야기했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적자폭 축소 기대감이 유입된 상황에서 기대가 실망감으로 전환된 것이다.

더욱이 미국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23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앞으로 2~3분기 동안 반도체 업황이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것도 이날 반도체주의 주가를 끌어내리는데 일조했다. 이날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1.4% 하락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강달러는 외국인 수급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원 넘게 오른 1150.9을 기록, 종가 기준 201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하향조정, 중국 정부정책 후퇴 우려 등이 신흥국 경기 불안을 높이면서 환율 급등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월말까지 배당금 역송금 이슈가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것은 지수 밸류에이션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 불안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증폭시키는 변수"라며 "밸류에이션 레벨업을 위해서는 실적과 경기, 환율 안정 등이 필요한데 현재 시장은 정반대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점도 신흥국에 비용 상승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6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1.1%, 75센트 오른 66달러 30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29일 이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은 공급 부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것인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전반적인 비용 증가로 인식되면서 시장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원화도 반도체 및 대중 수출 부진과 북미 관계 개선 기대 약화 등으로 약세 압력이 나타나고 있는데 유가의 추가적인 상승은 이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 경기 불안에 대한 의심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는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 분석에서 나온 의견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증시가 이에 동조해 상승 흐름이 재개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증시가 상승하기 위해선 일단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돼야 하고, 국내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가 양호하다는 것이 확인돼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이들 조건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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